“주유소 영업이익률 1.8% 불과…카드 수수료 부담 커”
“정부, 업계 위한 정책적인 배려보다 카드 업계 우선시”
탄소중립 정책의 추진으로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석유 기반 산업인 주유소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주유소 업계는 수익 구조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져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주유소 업계는 직면한 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한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이 1.8%에 불과한 상황에서 40년간 변화 없는 1.5% 카드 수수료율은 주유소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26일 박현동 한국석유유통협회 부회장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카드 수수료율이 40년째 고정돼 있지만, 그동안 유가는 2배 이상 상승했고 카드 이용률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여전히 1.5%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것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40년 전에는 카드 이용률이 2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100%에 가까운 비율로 사용되고 있어 주유소 업계의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유통협회는 석유제품 대리점사업자들의 이익단체로, 많은 대리점사업자들은 주유소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유소 사업자들이 카드수수료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기름값에 붙는 세금까지 수수료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596.2원이다. 여기에서 유류세는 596.4원으로 37.4%를 차지하며, 부가세 10%도 별도로 붙는다. 주유소 업계는 가뜩이나 영업이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1.5% 카드수수료마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주유소 매출의 절반이 세금으로 구성되는데 세금에까지 카드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정부의 세금 징수 역할을 주유소가 대신하면서도 그 부담을 오롯이 업계가 감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유소는 기름 판매를 주업으로 해야 하지만, 현재는 세차와 같은 부가 서비스에 의존해 간신히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금 결제에 대한 문제도 언급됐다. 과거에는 현금 결제가 탈세의 우려를 낳았지만, 지금은 현금 영수증 발행이 일반화되면서 이런 우려는 거의 사라졌다고 박 부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현금 결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며 “현금 결제를 활성화해 주유소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주유소 경영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5% 이상이 현재 1.5%의 카드수수료율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유소 경영자들은 카드수수료 부담이 주유소 영업이익률보다 더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적정 카드 수수료율로 0.5%에서 1% 사이를 제시했고, 이를 토대로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영업이익률이 낮은 주유소 업계가 높은 카드 수수료를 계속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정부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주유소 업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현실에 맞는 카드 수수료율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유소 업계는 카드 수수료율 조정에 대한 업계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정부는 주유소 업계를 위한 정책적인 배려보다는 카드 업계의 입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부회장은 “카드사들이 자신들의 비용 구조를 기반으로 수수료를 결정하고 있지만, 주유소 업종과 같은 고가의 상품을 주로 다루는 업종의 경우에는 이러한 결정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앞으로도 정부에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주유소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