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음식-운수-전기가스 등 한계기업 비중 높아
“한계기업, 정상기업으로 회복 속도 더뎌”
“금융사, 리스크 선제적 관리 역량 강화해야”
버는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된 한계기업 비중이 작년 말 기준 1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계기업에 대한 적기 구조조정과 함께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취약업종의 구조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체 외감기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업 수 기준 16.4%로 집계됐다. 차입금 기준으로는 26%였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한계기업 비중이 기업 수 기준 17.4%, 차입금 기준 31.9%로 대기업(12.5%, 23.3%)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차입금 기준 각 업종 내 한계기업 비중을 보면 숙박음식(59%), 운수(49.2%), 전기가스(46.1%), 부동산(43.8%) 업종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 항공(0.2%), 석유화학(4.1%), 전기전자(11.3%) 등의 업종은 한계기업 비중이 낮았다. 팬데믹 이후 업황 개선 흐름을 보인 조선 업종은 한계기업 비중이 전년보다 35.7%포인트(p) 감소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예금취급기관의 신용공여(대출 및 회사채) 규모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은행권이 125조3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상호금융(13조1000억원), 저축은행(3조9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한계기업에 대한 신용공여가 대부분 은행권에 집중됐지만, 2021년 이후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서 취급한 여신 가운데 한계기업 익스포저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한계기업 신용공여액 가운데 비은행업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로 확대됐다.
금융업권별 한계기업 신용공여 비율을 보면, 작년 말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기업대출 대비 8.5%가 한계기업에 대한 여신이었다. 특히 최근 취약업종 가운데 부동산업 한계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중 상호금융, 저축은행 비중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해당 업종의 부실 리스크와 이들 비은행기관 자산건전성 간에 연계성이 보다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사들은 한계기업에 대해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정상기업 대비 차입금을 축소하는 등 한계기업 여신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다만 금융사들은 수익성, 유동성 및 차입행태 등을 선제적으로 고려해 한계기업 징후가 높은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기업을 선별하지 않으면 차입금에 의존한 일부 한계기업이 장기 존속해 금융사들의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한계기업에 진입한 기업은 정상기업으로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며 “이에 금융기관은 부실기업 대출에 대한 모니터를 강화하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인 시계에서는 한계기업에 대한 적기 구조조정과 함께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취약업종의 구조개선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한계기업이 차입에 의존해 장기 생존함으로써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고착화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이 높은 정상기업과 업종에 대한 성장과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