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칼럼]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9.29 10:30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기후위기를 실감케 하는 9월 무더위 속에서 지난 4일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서밋이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기후기술로 열어가는 무탄소에너지(CFE) 시대'라는 주제하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정부와 공동 개최해, 50여개국 500여개 기업 포함 국내외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리더들이 참석했다. 마침 필자는 CFE서밋과 기후서밋에 각각 연사로 초대되는 바람에 에너지와 기후를 흥미롭게 연계할 기회가 생겼다.


CFE서밋에서는 지난 8월 BloombergNEF가 발간한 보고서(Clean Electricity Breaks New Records) 통계가 인용되었다. 2023년 전 세계가 생산한 전기의 40%가 무탄소 에너지원이고, 이는 태양광과 풍력 13.9%, 수력 14.7%, 원자력 9.4% 등으로 구성된다는 통계로, 그 비중은 브라질 및 프랑스 등은 75%가 넘는 반면, 인도 및 멕시코 등은 25%에 못 미쳐, 국가별 사정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에너지는 대표적인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기업 경쟁력에 중요 요소인데, 최근 사회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무탄소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무탄소에너지도 중요 요소로 추가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후서밋에서는 투자자 및 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핵심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기후전략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기후공시가 화두였다. 즉, 투자자나 소비자가 투자의사결정이나 제품구매결정을 하기 전에 기업이 공시한 기후전략을 숙지하고 이에 따라 위험과 기회를 판단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기후공시규정들이 소개되었는데, 대표적인 공시항목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이상기후 영향, 탄소가격 전망, 경영층 관여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상술한 두 서밋의 연계점은, 기후공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에너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해야만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이해관계자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탄소함량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의무공시로 올해부터 적용되는 유럽연합(EU)의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예로 들어 보자. CSRD는 EU 기업은 물론 역외 기업까지 지속가능성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지침인데,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전기사용으로 인한 배출(Scope2)의 경우 절대배출량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이나 발전소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에 따라 배출량 보고가 달라지는 셈이다. 한국도 공시 의무화를 준비 중인데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 따르면, 기업이 구매하거나 획득하여 사용한 전기, 증기, 난방 또는 냉각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그 절대배출량을 공시 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어렵다는 점이다. 바람이나 태양 등 자연에너지가 풍부하지 않고, 수력 발전의 비중도 현저히 낮고, 전력인프라 건설시 주민 합의가 어렵고, 다른 나라로부터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고, 발전지역과 수요지역이 달리 위치한 사정 등 때문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의무화 되기 시작한 기업 입장에서는 스스로 전력망의 무탄소 비중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3월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39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탄소중립 대응 실태 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과 국내 여건과 차이로, “무탄소에너지 인프라(72.8%)"가 가장 필요한 요소 1위라고 호소한 배경이다.


WCE 환영만찬에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는 엄마와 아빠처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환영만찬에서는 뻔한 이야기로 들렸었는데, 상술한 두 서밋에 참석해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을 확인하니 비로소 사무총장의 말이 선명해졌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에너지와 기후가 연계되어 가중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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