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1994년 10월 잠실 올림픽공원 벨로드롬에서 첫 발걸음을 뗀 경륜이 내달 15일 서른 번째 생일을 맞는다. 선수들 치열한 경쟁, 고객들 뜨거운 함성과 환호 속에 아름다운 은빛 질주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레저스포츠 길을 열었고, 이제 미래 30년을 바라보며 계속된다.
◆ 88서울올림픽 유산, 한국 경륜 태동
한국 경륜 시작점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잠실주경기장과 올림픽공원을 조성하고 공원 내 자전거경기장(올림픽 벨로드롬)을 비롯해 체조-펜싱-수영 등 경기장을 건설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 국제대회가 연달아 열린 이후 체조경기장 등 다른 경기장은 각종 스포츠대회, 공연장 등으로 활용됐으나 당시 100억원 넘게 투입된 잠실 벨로드롬은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많았고, 자전거 전용 경기장이라 뾰족한 활용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은 활용방안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 및 검토를 시행했고, 경륜사업 추진이 가장 최선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후 1991년 경륜-경정법을 통해 근거를 마련했다.
1993년 7월 경륜 시행 및 경륜장 설치허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은 덴마크와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 경륜 국가가 됐다. 한국 경륜이 만들어갈 최초의 길, 그 30년 여정의 막이 올랐다.
◆ 2002년 2.3조 매출달성 이후 하향곡선
드디어 1994년 10월15일 잠실 벨로드롬에서 2000여명 고객과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륜 역사 첫날에는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다. 사흘 연속으로 쏟아지는 비로 개막 첫 주에 정식 경주가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잠실 벨로드롬은 트랙이 나무 재질로 되어 있어 비가 오면 자전거가 미끄러져 경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주인 10월22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첫 경주가 열렸다. 하지만 관중은 300여명, 매출은 1200만원 정도였다. 수년간 준비했으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관중 숫자와 매출액에, '과연 한국에서도 경륜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목소리도 높았다.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린 경륜사업 출발은 미약했으나 경주방식, 승식 등 여러 변화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시행 7년째인 2000년 1조원을 달성했고, 2002년에는 사상 최고 매출액인 2조 3000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2005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매출이 1조원 이상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경륜은 2006년 잠실 올림픽공원을 떠나 6년간 준비 끝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경륜장인 광명스피돔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다 2011년 매출 2조원을 회복했으나 불법 도박 팽창 등으로 다시 정체기를 맞았다.
또한 4년 전에는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주가 중단되고, 차입경영이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발매시스템 '스피드온'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 30년간 공공기여 질주…미래 30년 준비
지난 30년간 경륜이 걸어온 발자취를 뒤돌아보면 불모지를 옥토로 변화시킬 만큼 성공적이고, 건전한 여가문화 조성과 지방재정 확충 등 사업 본래 취지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먼저 레저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공공재정에 이바지한 금액은 작년 6조 8204억원에 달한다. 수익금 중에서 일부 경비를 제외한 전액을 체육진흥기금, 청소년육성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지방재정지원 등을 통해 작년 1조 7170억에 달하는 금액도 사회로 환원했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체육진흥기금을 통해 대한민국 체육이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빛을 발휘하게 하고, 국민이 생활 곳곳에서 스포츠를 즐기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이바지했다. 아울러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지역 체육-문화 발전,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을 위해서도 작년까지 238억원을 기부했다.
이제 경륜경정총괄본부는 경륜사업 새로운 30년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내달 11일 광명스피돔에서 경륜 개장 30주년 기념식을 열어 '경륜 30주년, 고객과 약속'이란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