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연합에 맞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우선 영풍정밀 주식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 이로써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는 MBK·영풍과 지분 확보를 위해 정면 충돌하게 됐다.
2일 산업권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지난 1일 주요 경제 신문에 영풍정밀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를 냈다.
공개 매수 가격은 3만원으로 제시됐다. 공개 매수 예정 주식 수는 전체 발행 주식의 25%인 393만7500주다. 기간은 2일부터 21일까지 20일간이다.
제리코파트너스의 특별 관계자로는 최윤범 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고려아연 최씨 일가와 특수 관계인들의 이름이 올랐다. 이는 제리코파트너스의 영풍정밀 대항 공개 매수가 최 회장 측과 공동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공고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이미 현재 영풍정밀 주식 지분 35.45%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MBK·영풍은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 주식 공개 매수를 진행하면서 매수가로 2만5000원을 제시했는데 최 회장 측은 이보다 높은 3만원을 제시했다.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서 경영권 갈등과 관련해 공개 대항 매수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 측이 본진인 고려아연보다 계열사인 영풍정밀 경영권 확보를 위한 대항 공개매수에 먼저 나선 것은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가 향후 치열한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MBK·영풍의 희망대로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측으로부터 고려아연 지분 1.85%를 확보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의결권을 3.7%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은 조만간 본진인 고려아연 경영권 지키기를 위한 구체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측은 현재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려아연의 내부 현금을 활용한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영풍 측이 공개매수 기간 최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법원에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관련 계획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르면 이날 법원의 결정에 따라 자사주 매입도 추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