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1조 벌고 이재용 2조 잃어…주식 부자 ‘희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3 11:00

CXO연구소 “46개 그룹 총수 3개월새 2.3조↓”
삼성 주가 25%↓…셀트리온 12%↑ ‘대조’
게임·2차전지·엔터 기업 급부상 ‘눈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주식 자산 규모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통적인 대기업과 신흥 기업 간의 자산 가치 변동이 두드러지면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상이 총수들의 주식재산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CXO연구소가 3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6월 말 대비 9월 말) 국내 주요 46개 그룹 총수의 주식평가액이 2조3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46명의 총수 중 26명은 최근 3개월 새 주식재산이 줄어든 반면, 20명은 증가했다. 이는 국내 경제와 산업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대기업 총수들의 주식재산 변동



46개 그룹 총수의 지난 9월 말 주식평가액은 63조4149억원으로, 6월 말의 65조7409억원에 비해 3.5% 감소했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주식 시장의 하락세를 반영한다. 국내 산업을 대표하고 주식시장을 이끌어가는 대장주들이 많은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업종 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주식재산은 3분기에만 1조9585억원(12.4%) 감소했다. 이는 국내 상장사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6월 말 8만1500원에서 9월 말 6만1500원으로 24.5% 하락한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분야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반면, 일부 그룹 총수들은 주식재산이 크게 증가했다. 영풍 장형진 고문의 경우 3개월 새 주식재산이 34.8% 증가한 53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고려아연의 주가가 3분기에만 33.6%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최근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과 관련이 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시작되며 경영권 갈등이 발생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고려아연의 주가가 상승했고, 이는 영풍 장 고문의 주식재산 증가로 이어졌다.




한진 조원태 회장(27.6% 증가)과 HDC 정몽규 회장(26.3% 증가)도 주식재산이 크게 늘었다.


9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 상하위 TOP 5

▲9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 상하위 TOP 5. 출처=CXO연구소

◇셀트리온 vs 삼성전자 총수 자산 격차 축소


한편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주식재산 격차가 줄어들었다. 9월 말 기준 이재용 회장의 주식재산은 13조795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서정진 회장의 주식재산은 11조3044억원으로 2위를 지켰다.


두 회장의 주식재산 격차는 올해 초 30% 넘게 벌어졌던 것에서 3분기에는 18.1%까지 좁혀졌다. 이는 셀트리온의 주가가 3분기에 12.1%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크게 하락한 결과다.


서정진 회장의 주식재산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증가해왔다. 1월 초 9조9475억원이었던 주식재산이 9개월 만에 1조3568억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의 주식재산은 올해 초 14조8673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신흥 기업 vs 전통 대기업


이어 주식재산 상위권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크래프톤 장병규 이사회 의장, 에코프로 이동채 전 회장, 하이브 방시혁 이사회 의장 등 새로운 산업 분야의 기업 총수들이 주식재산 상위권에 진입했다.


9월 말 기준 주식재산 순위를 보면, 5위에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2조6964억원), 6위에 에코프로 이동채 전 회장(2조2215억원), 7위에 하이브 방시혁 의장(2조2199억원)이 자리했다. 이들은 각각 게임, 2차전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의 수장들이다.


반면 SK 최태원 회장(1조9915억원)과 LG 구광모 회장(1조9851억원)은 각각 9위와 10위에 머물렀다. 이는 전통적인 대기업들의 상대적 위상 하락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시사한다.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의 경우 3분기 주식가치가 21.7% 상승해 48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이는 게임 산업의 성장세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의 주식재산도 3개월 새 1200억원 이상 증가해 1조2334억원을 기록, 주식재산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에코프로 이동채 전 회장의 순위 상승은 2차전지 산업의 급성장을 보여준다. 2차전지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경우, 3분기에 주식재산이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K-pop을 중심으로 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글로벌 성장을 반영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경제가 전통적인 제조업과 IT 하드웨어 중심에서 게임, 2차전지, 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산업 분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그룹 총수는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개인 주주로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이 있다. 조정호 회장의 9월 말 기준 주식재산은 9조4912억원으로, 10조원 클럽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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