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산업과 철강 산업은 전통적으로 독립된 산업으로 여겨져 왔다. 다만 최근 탄소중립 및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두 산업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발간한 '천연가스와 철강 산업, 왜 서로가 필요한가?' 보고서를 통해 철강 산업에서의 탄소감축은 해당 산업의 생존을 위한 과제일뿐 아니라, 동시에 국가 차원의 탄소감축 목표 달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철강 산업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산업이면서 동시에 가장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다.또한 천연가스는 화석연료 중 상대적으로 탄소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으로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의 교량적 에너지로 주목받고있다.
특히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서 철강업계는 고로(용광로)를 이용한 전통적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수소와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신공정을 도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의 탄소 감축 과정에서 천연가스는 필수적 자원이다. 오늘날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군은 발전(發電)을 제외하면 철강 산업이다.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9%가 철강 산업에서 배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철강 산업은 연간 1억톤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연간 배출하는 총탄소 배출량의 15%에 해당하는 양이다.
철강 산업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이유는 고로에서 철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철강은 원재료인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제련 과정이 필요하다.
철광석(Fe2O3)에서 산소(O)를 제거하려면 코크스라는 일종의 석탄을 철광석과 함께 고로에서 녹여야 한다. 코크스는 탄소(C)덩어리인데, 이것이 철광석의 산소(O)와 결합하면서 이산화탄소(CO2)가 생성되고, 산소를 잃은 철광석은 철(Fe)로 환원된다. 문제는 이 방식이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약 1.8톤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그러므로 코크스가 아닌 다른 환원제로 철광석의 산소를 분리해야 한다. 그 대안의 환원제가 바로 수소다. 수소를 환원제로 쓰면 철광석의 산소(O)가 수소(H)와 결합해 물(H2O)이 생성되고, 철이 생산된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하려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량의 수소가 필요하다.
수소는 미래 에너지이자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주목 받는 자원이다. 그리고 수소의 미래는 당분간 천연가스에 달려 있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약 70% 이상은 가스에서 추출되는 '그레이수소'이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 형태의 수소인 '그린수소'는 현재 전체 생산량 중 0.1% 밖에 되지 않는다. Mckinsey 등에 따르면 2050년까지 그린수소가 전체 수소 생산량의 65~80%의 비율까지 증가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가 요구된다. 따라서 당분간 수소 생산의 주축은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그레이수소, 그리고 여기에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를 결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다.
수소환원제절 도입의 성패는 수소의 안정적 공급에 달려있다. 그리고 수소의 공급을 위해서는 현재 수소의 주원료인 천연가스의 확보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한 바 있고, 철강 산업은 비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이다. 이 부문의 탄소 감축 없이는 국가 전체의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철강 산업에서 탄소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원은 천연가스다. 천연가스는 철강 생산 공정의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 이를 활용한 철강 생산은 탄소중립을 향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보고서는 “천연가스는 제철보국의 사명을 계속 이행하고, 동시에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자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도입과 수소의 주원료인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