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플라스틱 협상전략 밝힐 순 없지만”…생산감축 반대에 무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09 07:00

11월 25일 부산 플라스틱 국제협약, 생산감축 최대 쟁점
환경부 “협상 전략이라 밝힐 수 없어…입장은 기존대로”
환경단체 “재활용으로 오염 문제 해결 어려워…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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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환경단체 소비자기후행동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플라스틱 감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수현 기자

오는 11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INC-5)에서 '생산 감축'에 대한 찬반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개최국인 우리 정부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환경단체들로부터 소극적 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석유화학 강국이라는 점에서 생산 감축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INC-5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보다는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의 타격을 우려해 감축 목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중소기업들이 규제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유럽연합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오염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HAC(HIGH AMBITION COALITION) 동맹은 생산 감축 등 플라스틱 오염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가들의 모임인데, 여기에는 유럽연합, 일본, 아프리카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긴 한데 INC-5 개최국으로서 모니터링 차원으로 알려졌다. 최근 로이터에서는 미국도 HAC 동맹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번 플라스틱 협약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는 생산 감축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반대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환경부 담당공무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플라스틱 오염방지 협상에 임하는 전략이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기보다는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에 중점을 두는 기존 입장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주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연간 1270만톤인 세계 4위의 석유화학 강국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2021년 6.2%이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은 2019년 기준 국내 제조업 중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이 감축되면 석유화학산업이 바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이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강력 비판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생산 자체를 줄이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단체인 소비자기후행동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플라스틱의 99.9%가 화석연료에서 유래했다"고 지적하며 “단순한 재활용만으로는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플라스틱 생애 전반을 다루는 강력한 국제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그린피스, 여성환경연대, 기후변화청년단체 등으로 구성된 플라스틱문제를뿌리뽑는연대(플뿌리연대)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개최국으로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하며, 시민사회의 의견이 반영된 투명하고 공정한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플뿌리연대는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환경부 등 4개 관계부처에 정책 질의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이들 부처는 외교적 전략을 이유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협약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가 포함되지 않으면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산유국 중심의 당사자그룹은 플라스틱 전생애 주기를 다루기보다는 폐기와 재활용에 중점을 두자는 입장을 표명하며 강력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은 플라스틱 총량을 줄이는 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법이고 기술적으로도 요원한 길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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