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BC·농협카드 등 이달 들어 무이자 기간 확대
‘무이자 6개월’ 혜택 지난 2022년 말 이후 2년만
조달부담 줄어, 알짜카드 확대 등 경쟁 변화 예상
하위권 카드사 선제적으로 마케팅 다변화할듯
자취를 감췄던 '6개월 무이자 할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카드사들의 업황이 풀리면서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우리카드와 롯데카드, BC카드, NH농협카드 등이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가맹점에 대해 최장 6개월의 무이자할부를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과 온라인, 병원 등에서 해당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8개 전업카드사 중 하위권 카드사가 선제적으로 혜택 되살리기에 팔을 걷은 모양새다.
롯데카드는 온라인, 병원, 여행 등 업종에서 최대 5개월을, 롯데백화점에서 300만원 이상 결제하는 회원을 대상으로는 일시적(9~13일)으로 10개월 무이자할부를 지원한다. 우리카드와 BC카드, NH농협카드는 온라인과 백화점을 비롯해 여행, 면세점 등 주요 업종에서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부 업종에서 최대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지원해왔지만 이달 들어 무이자 기간과 업종이 대폭 늘어났다.
업계는 지난 2022년 말 이후 2년여 간 3개월에 국한해 무이자할부 기간을 제공해왔다. 당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업계 상위권 회사들이 무이자할부 기간 축소에 들어가기 시작한 뒤 차차 모든 카드사에서 무이자할부 기간을 축소했다.
이는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자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실제로 여전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II AA+ 등급의 3년물 금리는 금리 인상이 한창이던 지난 2022년 10월 연 6%대까지 치솟았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사가 발행하는 여전채를 발행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이런 까닭에 카드사들은 실적 방어를 위한 내실경영에 일제히 들어갔다. 주로 무이자할부, 오토캐시백(자동차구매 캐시백), 카드발급 캐시백 등 각종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 비용을 아끼는 방식이다. 연회비는 낮고 혜택은 높은 이른바 '알짜카드'와 체크카드의 단종도 줄지어 일어났다. 이런 움직임은 올해까지도 이어져 8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까지 단종시킨 신용·체크카드 개수가 지난해 단종 건수(458개)의 81%를 넘어서는 373개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금리인하 시기 진입으로 비용 부담이 줄면서 내려간 금리를 무이자할부 기간 확대 등 고객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동안 미온적이던 외형성장을 위한 경쟁도 차차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와 NH농협카드 등이 선제적으로 무이자할부를 늘린 것과 같이, 고객모집과 실적확대를 위해 하위권 카드사들을 위주로 발빠른 마케팅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여행 등의 업종은 소비자의 결제 금액 규모가 큰 편이기에 무이자할부 혜택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회원 모집과 결제액 신장을 기대할 수 있다.
단종 행렬을 이어오던 알짜카드의 확대와 자동차 할부금리 인하 경쟁 또한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카드사는 자동차 할부금리 인하를 통해 이자가 내려 신차 할부구매 수요가 커지는 시장 변화에 대비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에 이전보다 유리해진 환경이 조성된 만큼 고객 모집 전략에도 다양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체율 증가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본업 수익성과 관련된 환경으로 인해 공격적인 수준의 마케팅은 시일이 걸릴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에 따른 마케팅 효과로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할부 혜택 뿐만 아니라 상품 혜택 다양화 등 경쟁의 형태도 이전보다 다양해질 수 있다"면서도 “일부 회사들 위주로 연체율 방어 문제가 있는데다 향후 가맹점 수수료가 현재보다 더 내려갈 경우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