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e+ 삶의 질] 단순위염 방치하다 위암…내시경검사 ‘예방 안전벨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13 16:10

■ 위염에서 위암까지 단계별 증상과 진료

위 점막 얇아지고 붉은 염증 생기면 본격 진행 '신호'

장상피화생·이형성증 방치 경과하면 조기 위암 발생

짠음식·폭식·과음 금지 기본…내시경 정기검사 중요

위 내시경 검사-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신철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신철민 교수가 위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단순 위염(표재성 위염)이 위축성 위염을 낳고, 위축성 위염은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 화생성 위염)을 낳고, 장상피화생은 이형성증(異形成症)을 낳고, 이형성증은 조기 위암을 낳는다.'




위(胃) 내벽의 정상세포가 어떻게 악성 종양(위암)으로 발전하는지 증상 단계별로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위염은 위 점막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보통 위에 염증이 일시적으로 생겼다 없어지면 급성 위염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위염으로 구분한다. 위염 증상은 △명치 부근의 통증 △소화불량 △식욕부진 △구토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만성 위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증상을 전혀 겪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위 점막에는 감각신경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심한 염증이 생겨도 직접적인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이나 진료를 통해 위(胃)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위 속을 훤하게 들여다보는 내시경은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화생성 위염) 같이 흔한 위 질환을 '쪽집게'처럼 집어낸다.




전문의들은 “위축성 위염은 위암의 본격 진행 시작점이며, 장상피화생은 위암으로 가는 분수령에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위암의 진행 과정은 크게 '표재성 위염(단순 위염)→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이형성증→조기 위암' 5단계다. 위염에서 위암이 되기까지 보통 15~20년 걸린다. 40대 이후는 대부분 이런 단계를 거치지만 20대·30대는 정상 위에서 바로 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장 장상피화생 소견(왼쪽), 위축성 위염 소견 모습

▲위장 내 울퉁불퉁한 하얀 결절(비정상 조직이 솟아난 것)이 여러 개 보이는 장상피화생 소견 모습(왼쪽)과 위 점막의 위축으로 붉은 혈관과 함께 색깔이 하얗게 나타난 위축성 위염 소견의 모습. 사진=강북삼성병원, 비에비스나무병원

단순 위염은 식습관 고쳐도 호전, 위축성 위염 발전땐 약물치료 필요

표재성 위염은 위 내시경 검사상 위 표면에 불규칙하게 발적(빨갛게 부어오르는 현상)이 있거나 손톱으로 긁은 듯한 붉은 줄이 빗살모양으로 나있는 경우다. 식습관만 교정해도 호전이 가능하다.


위축성 위염은 위 점막의 위축 현상이 넓게 진행되면서 생기는 위염으로, 위 점막이 얇아지면서 발갛게 위축 현상(구겨지고 쭈글쭈글해짐)이 나타난다.


위의 염증이 상당 기간 지속되어 혈관이 보일 정도로 위점막이 얇아진 것인데, 짠 음식과 위에 서식하는 헬리코박터균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약물, 알코올, 담배, 커피와 스트레스도 흔한 유발 요인이다.


위축성 위염 초기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잘 자각하지 못한다. 드물게 상복부 불쾌감, 복통,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위축성 위염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지 않으면 발견을 못할 수 있다.


위축성 위염은 명확한 원인을 꼽기 힘들기 때문에 치료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증상이 있으면 약물치료를 하고, 증상이 없으면 생활요법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 위축성 위염을 예방하고 개선하려면 짠 음식, 폭음과 폭식·야식 등을 피하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만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금연은 필수적이다.


위축성 위염이 한 단계 더 진행하면 위 세포의 자리에 장 세포가 생기면서 장상피화생으로 진전하기도 한다. 위 점막이 소장이나 대장 점막처럼 바뀌는 것이다. 위 점막에 무수한 융기를 볼 수 있으며, 위벽이 붉지 않고 회백색의 색조를 띈다. 위축성 위염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이 이런 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장상피화생은 성인들의 20∼30%에서 발견될 정도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관련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30대 11.3%, 40대 31.3%로 연령 증가에 따라 높아지다가 70대는 50%에서 발견될 만큼 흔하다. 장생피화생이 있는 사람은 없는 경우보다 위암발생률이 10.9배나 높게 나타났다.


장상피화생이 오래되면 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 형태를 닮아가는 과정(이형성)으로 악화한다. 거의 암에 가까운 병변이라고 보면 된다. 위선종이라고도 한다. 이형성증은 항상 동일한 등급만을 가지지는 않는다.


강동경희대병원 박수비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박수비 교수가 내원 환자에게 위암 진행의 과정과 대처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동경희대병원

위 내시경검사 위질환 진단 바로미터… 30~40대 이후 1~2년마다 정기검사해야

하나의 병변에서 저등급과 고등급의 이형성증이 공존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이형성증과 암이 함께 같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형성증이 발견되면 적극적인 조직검사를 통해 등급 및 암세포 동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형성증이 진전하면 위점막에서 암이 발생하는 조기 위암이 된다. 점막층과 점막하층의 얕은 구역내에 머물러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위점막 깊은 곳으로 침범하고 위벽을 넘어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도 한다. 이형성증 이후부터는 병변을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위내시경 검사는 위 질환 진단의 바로미터이며 위암 예방과 조기발견의 안전벨트이다. 속쓰림, 소화불량과 같은 복부 불편감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받아야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30대·40대 이후부터는 1∼2년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위염과 위암 조기 발견 및 예방의 지름길이다.


조기에 위암이 발견됐다면 위의 절제 없이 내시경 절제술(위점막하 박리술)로 완치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박수비 교수는 “내시경 절제술이 가능한 환자군에 대해 위암 치료가 적절히 됐을 때 완치율이 95%에 이른다"면서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단계별 진행이 빠른 사람은 위암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진을 빼먹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 내부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데도 상복부 불편감이나 통증이 생기는 경우를 '기능성 소화불량증' 혹은 '신경성 위염'이라고 한다.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긴장과 같은 자극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위 운동을 방해하는 것이어서 치료가 쉽지 않다. 약물치료와 함께 식이요법, 생활습관 개선, 규칙적 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통해 증상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효순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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