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美 대선 초접전 양상
“60년 만에 가장 치열한 경쟁”
‘승패’ 가르는 경합주 중 조지아 주목
바이든,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승리
흑인·한국계 미국인 등 유색 유권자 이탈 비상
“해리스, 조지아 이기면 당선 확률 91%”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해 분석하는 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했던 지난 7월말 이후 15일(현지시간)까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p)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를 두고 미 CNN은 “60년 만에 가장 치열한 경쟁"이라며 “1960년 이후 미국 대선에서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최소 3주 동안 5%p 이상 앞섰던 적이 있었다"고 짚었다.
미국 대선의 승패는 '스윙 스테이트'라 불리는 경합주에서 결정난다. 경합주가 승부처로 떠오르는 이유는 미국의 선거 방식은 한국과 달리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별 유권자들이 선거일인 11월 5일에 선거인단을 뽑는데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메인·네브래스카주 제외)다. 11월 선거일을 통해 선출된 선거인단은 12월에 모여 대통령을 최종 선출한다.
미국에서 전체 선건인단이 538명이라 과반인 270명을 확보해야 당선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각 지역별로 정치색이 정해져 있다. 전통적으로 불리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강세주)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강세주)에선 표심이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이런 판세를 반영해 현재 미국 선거분석 사이트 270투윈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인단 226명,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9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압도적인 지지세가 없는 경합주의 선거인단을 누가 확보하는지가 결국 관건이다. 어디가 경합주인지는 매 선거마다 다르지만 이번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7곳이다.
이중 조지아가 이번 대선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6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어 중요도 차원에선 펜실베이니아(19명)에 살짝 밀리지만 그 어느 경합주보다 가장 초박빙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조지아는 레드 스테이트 중 하나로 꼽혔다. 1992년 대선에선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그 이후엔 공화당이 모두 조지아 선거인단을 확보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36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압승을 거뒀던 2008년 대선에도 공화당은 조지아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에서 0.2%p 차이(1만1779표)로 이겼다. 이 격차는 2020년 대선 당시 경합주 중에서 가장 좁았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대선에서도 조지아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자개표대신 수작업으로 개표를 하기로 지난달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수개표를 진행하는 곳은 조지아가 유일하다.
조지아에서 두 후보간 치열한 경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한 결과 15일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3%의 지지율로 해리스 부통령(47.3%)을 1.0%p 앞서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유색 유권자들의 표심이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멀어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ABC방송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달간 조지아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비중이 82%로 집계됐다. 2020년 대선당시 CNN 출구조사에서 조지아의 흑인 유권자 90%가 바이든 대통령에 투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조지아는 경합주 7곳 중 흑인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결과는 민주당 입장에서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조지아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3.2%로 나타났다. ABC방송은 “해리스는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흑인뿐만 아니라 조지아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점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악재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카멀라 해리스는 이 핵심 인구층(한국계 미국인)으로부터 지지를 잃고 있어 조지아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러한 판세를 반영하듯,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해리스 부통령이 조지아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될 가능성을 91%로 반영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다른 경합주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 업체가 제시하는 확률 중 가장 높다. 해리스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면 당선 확률은 87%로 나타났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 선거인단을 확보할 경우 당선될 확률은 75%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 있어서 조지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에게 더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주요 변수로는 최근 들어 인구수가 증가하고 있는 히스패닉계 유권자가 될 수 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최근 조지아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헐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허리케인 피해로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조지아가 수개표를 진행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화당이 다수파인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 방식을 변경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트럼프 측의 결과 발표 지연 및 불복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소송을 내서 양측의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이다.
한편, 이날부터 조지아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CNN에 따르면 사전투표가 시작된 첫날부터 32만800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2020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 첫날(13만6000표) 기록의 두 배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