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외이사 ‘대관·재무’ 중심…기술자가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24 15:42

기술 전문성 부족한데 제품 전략·경쟁력·미래 기술 논의

TSMC·SK하이닉스, 전현직 반도체 전문가들 대거 기용

기업거버넌스포럼 “외국인 중심 이사회로 재구성해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삼성전자가 전방위적 위기를 인식한 가운데 경영 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춘 사외이사 구성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쟁사들은 기술 전문가를 적극 배치한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어서 다음 사외이사 선임 시에는 전영현 부회장의 '반성문'에 입각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사진은 총 10인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 4명은 한종희 대표이사(부회장)·노태문 MX 사업부장·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이정배 메모리 사업부장(사장) 등 사내이사들이다.



나머지 6명은 사외이사들로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김준성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최고투자책임자(CIO)·허은녕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 교수·신제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조혜경 한성대학교 AI 응용학과 교수로 이뤄져있다.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각자의 전문 분야는 재무·금융·투자·리스크 관리·환경·에너지·로봇·AI이고, 활동 분야는 사내이사들과는 달리 '전사 경영 전반에 대한 업무'로 명시해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한조 사외이사는 상생·나눔 경영 역량을 발휘해 회사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김준성 사외이사는 글로벌 선진 금융 시장에서 주식 시장 분석과 투자 경험을 쌓은 국제 경제·투자 전문가로, 해외 시장·외국 투자자들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글로벌 네크워킹을 활용해 트렌디한 투자 전략 수립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봤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유명희 사외이사는 국제 통상 전문가로, 외교적 소통 노하우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회사의 주요 투자자·이해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샀다"며 “신제윤 사외이사는 제4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금융·재정 전문가로, 회사 자금 운용·글로벌 전략 등 다방면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기술 이해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조혜경 사외이사의 경우 19대 한국로봇학회장을 지낸 바 있지만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모바일·가전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삼성전자 사외이사 현황. 자료=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사외이사 현황. 자료=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사실상 삼성전자 사외이사직을 금융·회계 전문가와 전직 고위 관료 출신들이 차지한 셈이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기술 발전 아닌 리스크 회피와 재무 실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외이사 6명 중 4명은 내년 3월과 11월 중, 나머지 2명은 2027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처럼 사외이사들은 현업에 대한 전문성이 사실상 전무함에도 삼성전자 기업 지배 구조 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자신들로만 이뤄진 회의에서 △미래 기술·디자인 데모 △가전사업부 운영 현황 보고·현장 답사 △신제품 언팩 행사 참석·제품 전략 논의 △시스템 반도체 현황 보고·사업 전략 논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현황 보고·사업 전략 논의 △모바일 현황·전략 제품 서비스 논의 △메모리 현황·사업 경쟁력 관련 논의 등을 다뤘던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측은 “사외이사들이 적절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당사는 사업부별 경영 현황 보고와 현장 경영 강화를 위한 '원데이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기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경우 이해 충돌의 우려가 있어 제한을 뒀다"며 “별도의 자문 기구를 둬 기술 지원을 받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TSMC·SK하이닉스 로고. 사진=각 사 제공

▲TSMC·SK하이닉스 로고. 사진=각 사 제공

한편 경쟁사들은 사외이사진에 업계 전문가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평이 나온다.


대만반도체제조(TSMC)의 사외이사는 총 7명이고, 이 중 피터 본필드 전 NXP 반도체 회장·마이클 스플린터 전 인텔 부사장·모세 가브리엘로프 전 자일링스 CEO·라파엘 리프 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총장 등 외국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낸 정덕균 전기정보공학부 석좌 교수와 자사 반도체 연구원 출신인 손현철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신소재 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경쟁력의 근원은 D램에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었지만 최근에는 최선단 개발 측면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시장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전영현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반성문'을 통해 '위기'를 4회 언급했고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은 이유 중 하나는 핵심 이슈에 관해 경영진에 쓴 잔소리를 하는 독립성을 지닌 사외이사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사진 10명 모두 한국인이고 사외이사 6명 중 4명이 IT 비전문가로, 글로벌 IT 기업으로서 지극히 적합하지 않은 이사회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소프트웨어(SW) 등 IT와 전략·거버넌스 리더 등 외국인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구성하라"며 “삼성전자가 기술 중심 회사로 다시 태어나려면 기술 인력 급여가 경영 지원·마케팅 등 후손 부서원보다 훨씬 높아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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