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쩐의 전쟁’ 일단락… 최윤범은 ‘법정’ MBK·영풍은 ‘주총’ 승리 플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24 14:35

공개매수 모두 종료···양측 모두 의결권 과반수 미충족

MBK·영풍, 임시 주주총회 통해 이사회 장악 시도할 듯

최윤범 회장, 영풍·MBK 시장교란·시세조종 소송 추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되면서 40여일 동안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사이의 치열했던 자금 전쟁이 일단락됐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를 통해 확실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향후 법정과 주주총회장에서 장기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이 원하는 전장과 승리 플랜이 달라진 것이 눈에 띈다. 이전까지는 양측 모두 공개매수에 올인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영역에 방점을 둘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MBK·영풍은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주총장에서 승부를 보려고 하는 반면 두 번의 법정 다툼에서 승리한 최 회장 측은 시세조종 혐의 등 상대방의 법적 리스크를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공개매수 종료 과반수 지분 확보는 실패···MBK·영풍 이사회 장악 시도할 듯

24일 산업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이 마무리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당초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이 목표 수량(발행주식총수의 20%)을 모두 달성하더라도 최 회장 측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은 36.49%에 그친다. 베인캐피탈이 매입하는 지분 2.5%를 제외하면 고려아연이 매입하는 17.5%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4일 종료된 공개매수로 인해 MBK·영풍이 38.47%의 지분을 확보한 것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과반수 지분 확보에 실패해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는 못한 셈이다. 결국 자금 전쟁 이후 2라운드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확보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우선 최 회장 측보다 더 높은 지분율을 확보한 MBK·영풍은 주총장에서 표 대결로 승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순탄하게 풀릴지는 미지수다. MBK·영풍은 이번에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최대한 빨리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에 13명의 인원이 있는데, 이 중 영풍 측인 장형진 고문을 제외한 12명 모두 최 회장의 우호 인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MBK·영풍 측에 우호적인 인원 12명을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시켜 과반수를 확보해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고려아연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법원에 소집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주주총회 시기는 내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내년 초에는 정기 주주총회도 예정됐던 만큼 결국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표 대결 자체는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윤범 회장, 시장교란·시세조종 등 상대측 법적 리스크 공격

반면 최 회장 측에서는 상대의 법적 리스크를 최대한 공략해 표 대결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7.83%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으면 표 대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경영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종료되기 직전인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원천 무효에 해당한다면 이에 대한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MBK·영풍 공개매수는 원천무효라고 생각하고 법적 검토 중"이라며 “도출된 결론을 토대로 수사와 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 종료일에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며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내고 관련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 회장 측이 법정 소송에 방점을 두는 것은 최근 두 차례 중요 판결에서 승소한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2일에도 영풍 측이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가처분이 기각되지 않았다면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할 수 없게 돼 최 회장 측이 매우 불리해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법원이 두 차례나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계 관계자는 “공개매수에서 양측 다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전략에 따라서 충분히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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