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삼성전자 연말 인사에 거는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28 08:01
김현우 산업부장(부국장)

▲김현우 산업부장(부국장)


삼성전자의 연말 인사가 예년보다 이른 오는 11월에 단행된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인사의 폭이나 구조조정 포함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상황에서 이번 인사는 잦아들지 않는 '삼성전자 위기설'에 대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장의 기대보다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실적,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의 반성문에 대한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치는 최근 10년간의 실적과 비교했을 때 처참한 수준은 아니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1000억원 수준이며, DS 사업의 영업이익은 4조원에서 4조원 중반대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난 24일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삼성전자의 위기설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보여줬다.




HBM 사업만 놓고 보더라도 두 기업의 희비가 갈렸지만,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HBM 성과를 배제하더라도 이미 삼성전자의 위기는 시작됐다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DS 부문 전체의 겨우 4%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DRAM, NAND) 부문이나 파운드리 부문에서 균열이 가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이를 반영하듯 신저가를 연일 경신 중이다. 지난 25일 삼성전자는 장중 5만5900원을 터치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한때 '10만 전자'의 꿈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외국인은 32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증권가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흔들리는 D램 제국'의 원인을 놓고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의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M&A를 포함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실패와 함께 엔지니어들의 혁신을 담아내지 못할 정도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삼성전자의 체력을 조금씩 갉아먹었다는 증언들이 추가되는 상황이다.


최근 동아일보가 보도한 '20년 반도체맨이 말하는 삼성전자 위기론'에서 언급된 '실패를 없애기 위해 도전도 없앴다'는 증언은 뼈아픈 지적이다.


'실패가 없는 것이 실패'인 아이러니가 된 것인데, 이 즈음에서 삼성은 이건희 선대 회장이 본인의 에세이에서 언급한 시사점을 떠올렸으면 한다.


이 선대 회장은 “실패는 많이 할수록 좋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실패하지 않는 사람보다 무언가 해보려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유능하다"고 말했다.


이제 실패의 지적, 반성문, 주식시장의 평가도 모두 나왔다. 그렇다면 유능한 일을 할 일만 남은 것 아닌가.


삼성전자의 신저가는 역으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HBM 사업의 부진은 삼성전자라는 거함에 뚫린 작은 구멍이지만, 아직 유능하고 열정적인 임직원과 풍부한 유보금,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이 있다.


국민적인 기대감도 충분하다. 에너지경제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과반 이상은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을 지지했다. 이는 삼성을 적대시하거나 시기하기 보다 삼성을 응원하는 마음의 발로일 것이다.


내내 침묵하는 이재용 회장의 첫 일갈이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미래의 삼성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첫 호령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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