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덕이동 데이터센터’ 주민 반대에 착공 지연···고양시는 ‘무관심’
올 상반기 기준 수도권 33곳 인허가, 절반이 주민 반대로 제때 착공 못해
‘성장성 뚜렷’ 포트폴리오 쌓기 난항···“정부가 가이드라인 등 제시해야”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새 먹거리'로 점찍은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기주의 사례지만 갈등을 조율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가 나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6월 예정됐던 경기동 고양시 '덕이동 데이터센터' 착공을 아직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파가 나온다며 인근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자 고양시가 난데없이 착공신고를 반려한 탓이다. GS건설은 고양시의 반려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오더라도 주민 시위가 계속되는 한 착공은 하기 힘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에서 전자파가 많이 배출된다는 소문이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앞서 만들어진 국내 데이터센터 주변 전자파 유해성을 측정해보면 일반 가정집 주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GS건설 역시 자체 실험 결과 덕이동 데이터센터 주변 전자파 최대값이 가정용 전자레인지보다 낮다는 점을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밝혔다.
주민들의 주장이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에 해당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양시 주민들은 최근 대규모 K팝 아레나 등이 들어서는 'CJ 라이브시티' 추진이 무산될 당시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위를 벌였다. CJ라이브시티는 총 2조원을 투입돼 약 20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됐던 사업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당시 “공사를 정상적으로 추진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의 행정 공백에 공사가 멈춘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김포시 역시 주민 반대를 이유로 3년 전 건축 허가를 내준 데이터센터 착공을 불허한 적이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 33곳 중 절반가량은 주민들의 반대 탓에 제때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가 무관심 또는 정치 셈법에만 골몰하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들이 받고 있다. GS건설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데이터센터의 중요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일찍부터 관련 건설 역량을 꾸준히 쌓아왔다. 국내에서 입지를 쌓아 해외 시장으로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제2의 고양 사태'가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데이터센터 확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 공사 허가는 내주고 주민들의 '표'를 의식하는 지자체의 무책임한 행정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 경기가 내년에도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상적인 사업의) 착공 일정까지 이유 없이 미뤄지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엄청난 타격"이라며 “데이터센터, 송전선로 등 우리나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사안들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를 압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