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공개매수 마치며 ‘주주총회’로 쏠린 눈
MBK·영풍 임시 주총 신청, 이사회서 표대결 펼칠듯
경영권 방어하는 최 회장에 “환경·변수 유리” 평가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공개매수에서 주주총회 표 대결과 법정 다툼으로 전환된다. MBK·영풍 측이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 상황에서 지분율이 소폭 불리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상대방의 이사회 장악 시도를 방어해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어전을 준비하는 최 회장에게 유리한 요소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 이후에도 장내 매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공개매수 가격의 30% 이상 고공행진하는 고려아연 주가도 최 회장에게 긍정적이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국가핵심기술 판정도 상대측 전략을 흔들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어 최 회장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 발표···MBK·영풍은 '임시 주총' 강행
28일 고려아연은 지난 23일까지 진행한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 9.85%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 역할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참여한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지분 1.41%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까지 주당 89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 주식 233만1302주가 응모했고 고려아연은 이를 모두 매수했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고려아연은 앞서 계획한 대로 이번에 사들인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추가로 확보한 우호 지분은 베인캐피털이 매수한 1.41%다. 이로써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기존의 33.99%에서 35.4%로 상향 조정됐다.
다만 MBK·영풍 측은 지난 14일 종료된 별도의 공개매수로 38.47%까지 지분을 확보해 놓았다. 양측 모두 결정적인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국민연금 등의 변수를 감안하면 최 회장이 추월할 여지가 있다. 이 같은 구도로 경영권 분쟁의 전장이 공개매수에서 '주주총회'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확인한 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기타비상무이사 2인, 사외이사 12인을 이사 후보로 내세웠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사회 의장인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해 총 13인으로 구성돼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임시주주총회에서 14인의 이사 선임에 성공할 경우 15대 12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측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하지만 주총 소집 권한이 있는 현재 이사회가 임시주총 소집 요청을 거부할 가능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MBK 측은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따로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1~2개월이 소비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 윤범 회장 입장에서 당장 표 대결에 들어갈지 1~2개월 가량 준비 시간을 가질지 전략을 점검하고 선택할 수 있다.
◇고려아연 주가 연일 고공행진···국가핵심기술 지정도 변수
또한 방어전을 치르는 최 회장 입장에서 유리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최근 고려아연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23일 8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던 고려아연 주가는 24일 113만800원, 25일 125만3000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양 측의 공개매수로 유통 가능 주식 수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나머지 주식 가치가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공개매수 종료 이후에도 장내에서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하려던 MBK·영풍 측에 있어서는 큰 악재로 분석된다.
25일 종가인 125만3000원은 MBK·영풍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83만원보다 50.69% 높은 수준이다. MBK·영풍이 공개매수를 시작하기 이전 최근 1년 동안 (2023년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고려아연의 평균 주가인 49만543원에 비해서는 2.5배 이상 올랐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과거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주가는 MBK·영풍이 장내매수를 진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어 주가가 한동안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신청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도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4일 자사의 '리튬이차전지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재의 양극 활물질 전구체 설계, 제조 및 공정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판정해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현재 2차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중 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국가핵심기술이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한 국내 기업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는 제도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공개매수가 시작된 이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고려아연의 국가핵심기술 신청이 승인될 경우 해외로의 매각·기술 이전 시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으로 관측된다.
이후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하더라도 해외에 고려아연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향후에도 이 같은 입장이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에 국내에 원매자가 없다는 이유로 해외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고려아연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가 MBK의 계획을 뒤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수준의 주가가 유지된다면 최 회장 입장에서 긍정적이고, 국가핵심기술 지정이나 법정 공방 등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며 “국민연금도 현재 경영진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 잘 준비한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MBK·영풍 측은 주가 급등 등이 최 회장에 유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결국 돈이 많은 MBK·영풍 측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다면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가 개선되는 관점에서 바라볼 문제지 우리 측에 전혀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