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양식 차질, 수출증가 공급 부족에 적극 대처
동원·풀무원·CJ·대상 등 연구시설·양식망 확충 경쟁
생산 50만~60만톤 제자리…가격안정·수출확대 포석
국내 식품사의 육상 김 양식 사업 주요 내용
식품업계가 기후변화로 인기 수산물인 김의 바다 양식 환경이 악화되자 생산량 안정과 품질 고급화를 위해 '육상 김 양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초 상태의 물김을 바닷가가 아닌 실내에서 재배하기 위한 성장 환경 마련에 집중하는 한편, 전용 품종과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한다는 청사진도 앞다퉈 제시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오는 2027년까지 총 60억원을 투입해 육상 김 양식을 위한 대량생산체제 구축에 나선다.
첫 단계로 내년 말까지 전북 군산시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 내 약 9256㎡(2800평)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도 짓는다. 해당 시설에서 재배한 물김을 활용해 풀무원은 향후 마른 김·김 스낵 등 여러 가공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조미김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원F&B도 최근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손잡고 제주용암해수를 활용한 육상 김 양식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용암해수 특성상 마그네슘·칼슘·바나듐 등 광물 성분이 풍부한데다 연중 수온이 약 16도로 안정적이라 김 양식 환경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바다 김은 해상에서 적정수온 5~15℃인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주로 재배되지만, 육상 양식의 경우 이 같은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내내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도 오는 2028년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2018년 양식 기술 사전 테스트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3톤(t) 규모의 수조 배양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처음으로 육상양식 전용 품종도 확보했다.
상업화가 가능한 전용 배지(김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물질)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회사는 김 파일럿(시범) 생산 규모를 내년 10t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대상㈜도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김 육상 양식 1차 파일럿을 통해 김 원초를 40~50㎝ 크기까지 키우는데 성공했다. 오는 12월로 예정된 2차 사업에선 양식장 규모를 기존 약 330㎡(약 100평)에서 약 991㎡(약 300평)으로 3배 키우고, 수조도 1개에서 1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식품사들이 김 육상 양식 경쟁은 해수온 상승 등 이상기후 여파로 공급량을 충족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 김 생산 동향을 보면 2019년 약 60만톤을 기록한 후 수년 째 50만~60만톤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주변국들의 김 작황이 악화되면서 수출 물량이 급증하며 수요 대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김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올해는 지난 9월에 일찌감치 1조원을 넘긴 상태다.
식품업계는 김 육상 양식화가 자리잡게 되면 공급량 확대를 바탕으로 향후 가격 안정화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지난 10월 28일부터 이달 1일 기준 마른 김(중품, 10장) 가격은 136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24%, 평년 대비(910원) 대비 51.21% 각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