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에 외국인·기관 매도…코스닥 약세
‘미국 우선주의’ 정책 강달러 유도…韓에 불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증시 변동성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선 결과가 빠르게 발표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커질 전망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의 귀환은 국내 증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형국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 거래일 대비 0.04% 상승한 2564.63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까지 하락세를 기록했으나 오후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48억원, 113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상승 전환했다. 반면 개인은 235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 지수는 1.32% 떨어진 733.52원에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198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매수 우위를 기록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66억원, 94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1월 바이든 당선 당시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당시 코스피가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관세 부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법안 폐기,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무력화 등이 추진될 경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발 정책들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점 또한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 요인이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9원 오른 1401.1원에 장을 개시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관세를 높여 부과하면서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들이 지속될 경우 달러 강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0년부터 한국의 해외직접투자에서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미국 직접투자 흐름이 원·달러 환율과 갖는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미국으로의 추가적인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에 불리한 현 상황에서는 수혜주 등에 투자하기보다는 근본적인 기업 가치와 실적 흐름을 판단해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관세 부과, 대중국 압박, 글로벌 교역 위축 등 한국에 불리한 정책들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주가 수준은 과도한 우려를 이미 선반영했다"며 “실적 대비 저평가된 상황을 감안했을 때 비중확대 기회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막연히 비관론에 빠지는 것보단 경기사이클과 통화정책을 분석하는 것이 낫다"며 “업종 측면에서도 수혜주보다는 기업 펀더멘탈이 개선될 업종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