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대감 낮은 생보업계...성장성 둔화에 손보업계와 희비교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10 16:45

밸류업지수 편입 단 세 곳...보험업계 기대감 비껴가
낮은 ROE와 주가 정체 지속에 ‘미래가치’ 낮은 평가

밸류업 계획 세우기엔 현실적으로 부담감 많아
“생보는 건전성 악화 예견, 근본적 체력 키워야”

현재 상장된 생보사 전반은 PBR 0.5배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장된 생보사 전반은 PBR 0.5배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이 기업 가치제고(밸류업)의 시행에 주목하는 등 기대감이 모이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주가 부진과 저평가 현상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생명보험업계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가운데 생보업권의 실제 성장가능성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밸류업 지수 제외된 생보사...주가 정체 심각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난 9월 내놓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보험사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3곳이다.


보험업종 내에서도 손보사들은 포함됐지만 생보사들은 모두 제외되면서 업권 안에서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특히 수익성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삼성생명이 지수 편입에 실패하며 시장의 예상과 빗나가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밸류업지수 편입은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 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삼성생명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부문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보험주는 대표적인 저 PBR 업종으로 밸류업 정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업계 전반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주주환원과 성장가능성측면에서 아직은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해석된다.




생보업계의 경우 자기자본이 높고 금리에 영향을 크게 받는 특징이 있어 종목 편입이 더욱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 손보사들의 ROE는 현대해상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한 반면 생보사는 가장 높은 곳이 동양생명(9.38%)으로 두 자릿수에 겨우 근접한 수준이다.


실제로 생보업권의 몸값을 나타내는 주가 정체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8일 주가가 전일대비 1.19% 하락한 2895원을 가리켰다. 2010년 3월 상장한 이후 공모가인 8200원보다 한참 낮은 2000원대에 주가가 형성된 채 지속해오고 있다. PBR은 0.19배다.




같은날 미래에셋생명의 주가도 2015년 당시 공모가인 7500원을 한참 하회하는 5240원에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0년 동안 공모가 7500원을 넘긴 적은 한 번도 없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미래에셋생명 주식 매입을 이어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밸류업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주가부양이 미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상장된 생보사 전반은 PBR 0.5배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주요 생보사들의 PBR도 △삼성생명 0.47배 △동양생명 0.43배 △미래에셋생명 0.28배 등이다. 투자자들이 생보사의 미래 가치가 현 자산가치의 절반 수준쯤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성 둔화 국면, 밸류업 정책 효과도 미미

현재 생보업계는 손보업계 대비 더 큰 성장성 둔화 국면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발표된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의 실적 키워드도 '방어'였다. 신한라이프는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실적을 시현했지만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은 올 들어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였다. 신한라이프의 3분기 CSM은 7조30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05억원 감소했다. KB라이프생명도 3분기 누적 순익이 27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해 방어에 그쳤다.


보험사들의 경우 유독 밸류업 계획 수립과 시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업계가 적극적인 밸류업 계획을 세우기에 현실적으로 부담감이 많다는 시각이 다수다.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K-ICS)이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에 대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주주환원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보험사들은 새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후 계약이 한번에 해지될 경우에 대비하는 준비금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별도로 적립한다.


문제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험사가 업계 내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현재 11개 상장 보험사 중 지급여력비율이 200%를 넘는 곳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삼성생명 등 세 회사 뿐이다. 일부 회사의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순이익의 대다수를 차지할 만큼 보험사에게 부담이 가해지지만 실질적으로 해당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험사는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보험업종의 경우 밸류업이 주주환원이라는 영역 안에서 급진적인 성장을 이루기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생보사의 경우 여러 지표에서 성장성 둔화를 가리키고 있는 만큼 신사업 확대 등 새로운 가치가 형성돼야 실질적인 밸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보험계약과 보장기간이 손보사들과 비교해 긴 편으로 수익지표 확대 측면에서 불리한데다 금리인하기에 따라 부채가 커지는 상황으로 킥스 등 재무건전성 악화도 예견돼 있어 손보사 대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IFRS17의 새로운 가이드도 단기납종신보험의 해지율 정교화로 CSM에 불리해진 만큼 신사업 확대 등 근본적인 성장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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