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물가지표 중요성 재부각
美 10월 CPI 2.6% 예상치 부합
CME 페드워치, 12월 금리인하 가능성 82.8%로 급등
내년 추가 금리인하는 미지수…“관세가 와일드카드”
미국 10월 물가지표가 시장 전망치와 부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물가에 대한 중요도가 다시 부각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지표가 벌써 정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식됐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관세 등의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내년 추가 금리인하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14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을 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다음 달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이 전날 58.7%에서 현재 82.8%로 대폭 상승했다.
이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전월 대비 각각 2.6%, 0.2%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문가 예상치와 모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10월 근원 CPI 역시 전년 동월대비 3.3% 오르고 전월 대비 0.3%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시장 기대치와 부합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 상승률은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때 눈여겨보는 지표 중 하나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수치 대비 반등했지만 시장에선 전문가 예상치와 부합한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하루에만 4.24%까지 최대 10bp 급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상하자 시장은 다시 물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온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 자산관리의 린드세이 로스너 채권 투자 총괄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예상과 동일하자 12월 금리인하 전망이 다시 궤도에 올랐다"며 “이날 지표는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대한 우려를 잠식시켰다"고 평가했다.
바클리의 푸자 스리람 이코노미스트 역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25bp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10월 CPI는 연준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에 “현재까지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고 이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더 인하할지는 미지수다.
연준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당시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 5.1%에서 4.4%로 낮추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또 내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3.4% 수준에 달할 것을 예상했다. 미국 금리가 9월부터 내년 말까지 6차례에 걸쳐 25bp씩, 총 1.5%포인트 인하될 것이란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내달 금리인하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 금리가 또 한 차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TD증권과 JP모건 등의 전략가들은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 BMO 글로벌 자산관리의 얼 데이비스 채권 총괄은 “트럼프 정책의 대부분이 친(親)성장인 만큼 관세가 와일드 카드"라며 “투자자들은 아직도 리스크 프리미엄을 얼마나 반영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