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은 3개월 내 전량 소각키로
주주가치 제고·주가 부양 의지 표명
일각에선 “매입 규모 적다” 지적도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가운데 이번 결정이 최근 추락한 주가를 끌어올릴 동력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10조원을 매입해 모두 소각하는 '긴급 카드'를 꺼내든 셈인데,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현금 창출 규모와 비교할때 극적인 효과를 보기에 부족한 수준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내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매입 방식으로 취득한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이 가운데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이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오는 18일부터 내년 2월17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매입해 소각할 계획인 자사주는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다. 각각 전체 주식의 0.84%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나머지 7조원 규모의 자사주에 대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에서 다각적으로 논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4년5개월 만에 '4만전자'로 전락하는 등 하락세를 기록하자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주가 부양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부진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에 따라 반도체 업황 악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수정·폐기하는 방안을 주장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한 건 지난 2015년과 2017년 이후 세 번째다. 삼성전자는 2015년 11조4000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2017년에는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의 50%도 소각했다. 당시 발표 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사 규모에 비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그동안 주가 하락 및 시총, 현금보유 및 현금창출능력 대비 너무 작다"며 “3개월 내 우선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3조원 외에 나머지 7조원도 올해 안에 모두 매입해 즉시 소각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