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發 위기, 대한민국 경제 시험대 올랐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17 11:06

개인투자자·협력사 등 파급효과 확산
삼성생명 건전성 악화에 금융권도 긴장
소비 위축 ·투자 축소로 번질지 우려감
주가 자사주 매입에 반등 …근본적 우려
HBM 경쟁력·미 대선 변수로 불확실성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로고 박스. 사진=박규빈 기자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최근 5만원선 이하로 추락하며 근본적인 경쟁력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 주가가 다소 반등하긴 했지만, 삼성전자가 직면한 근본적인 과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비례하는 국가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녹아내리는 삼성전자 시가총액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지난 7월 500조원대에서 300조원 아래로 추락했다가 자사주 매입 발표 후 320조원 수준으로 소폭 회복됐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96배까지 하락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0.9선이 무너졌으며, 이는 글로벌 경쟁사인 TSMC의 PBR 7.0배와 무려 8배 가까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연속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9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은 11만원에서 8만4000원으로 각각 낮췄다. 대신증권은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과 수요 둔화를 근거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한화투자증권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을 지적하며 실적 전망을 하향했다.


소비·투자 위축 등 실물경제 위기 확산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단순한 주식투자자의 위기를 넘어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의 약 17%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시가총액 감소는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대출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주식투자자 수는 2017년 505만명에서 약 3배 증가한 1416만명에 달한다. 가계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상황에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자산효과 감소는 과거보다 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주요 협력사들의 주가도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인데, 협력사들의 주가 하락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경쟁력 측면에서도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대장주가 주춤하다보니 AI 등 신성장 분야에서의 투자 여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경우 글로벌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금융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가치 하락이 삼성생명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 삼성전자의 지분 8.5%를 보유한 삼성생명의 K-ICS(지급여력)비율은 연초 213%에서 지난 3분기 190%대로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경쟁력·美대선 등 불확실성 해결 시급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의 경쟁력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퀄테스트 통과 소식이 전해졌으나 시장 반전을 노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도 주가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반도체 지원법인 '칩스법'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산업은 군사력에 버금가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