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프리미엄 활용법 교육 등 이행 수단 다각화 지원
PPA 계약 체결 난항·높은 단가 영향…부가 비용 감면
수출기업,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일관된 정책기조 요구
국내 기업들이 RE100을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가지 수단에 의존하는 것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비용 부담과 인식 부재 등으로 인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RE100은 2050년 또는 자체적으로 설정한 이전 시점까지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서 쓰는 전력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자가발전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녹색프리미엄 등의 방법으로 이행할 수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그러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수출 제조사 610곳을 조사한 결과 '이용하지 않음'이 85.4%로 가장 많았다. 연구원은 이번 설문을 통해 RE100을 처음 접했다는 기업이 절반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행률이 낮았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RE100 이행수단을 쓰는 곳 중에는 '1가지 수단만 사용한다'가 9.2%, '2가지'와 '3가지 이상'은 각각 3.6%·1.8%로 집계됐다.
특히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이용률과 다양성이 적었다. 중소기업은 '이용하지 않음'이 89.5%로 가장 높았다. RE100을 이행하려는 기업 중 1가지 수단만 쓰는 곳은 7.8%, 2가지는 2.0%였다. 3가지 이상 사용하는 곳은 0.7%에 불과했다.
중견기업의 경우 '이용하지 않음'이 85.6%로 중소기업 보다 3.9%p 적었다. 1가지 수단만 쓰는 비율은 9.1%, 2가지는 4.2%, 3가지 이상은 1.1%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47.5%가 RE100 이행수단을 쓰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1가지 수단만 쓰는 비율이 20.0%로 가장 컸고, 3가지 이상이 15.0%로 2가지(12.5%)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러가지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을 믹스한 한국형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각각의 솔루션에 단점이 있는 만큼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가발전은 사업장 내 태양광 발전설비 구축 등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솔루션으로, 국내 기업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 RE100을 이행 중이라고 밝힌 89곳 중 60.7%(복수응답)가 자가발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발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재생에너지의 대표적 리스크인 간헐성에 노출되지만, 정부가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른 수단 보다 도입이 쉽기 때문이다.
녹색프리미엄은 34.8%로 집계됐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소비하고 이를 인증 받으려는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납부액을 약정한 뒤 기존 전기요금에 별도의 프리미엄을 더해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지도 및 활용법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학·연이 손잡고 한국RE100협의체를 운영 중이지만, 정보 공유와 실무 교육 등이 회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탓이다.
REC 인증서를 구매하는 비중은 30.3%였다. 다만 REC는 '그린워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가중치 논란도 꾸준히 불거지는 등 지속가능한 수단이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 PPA 계약을 맺거나 제3자 PPA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10%에 머물렀다. PPA는 사용자가 일정 기간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PPA의 경우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구매하는 방법이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전력소비량이 적은 기업은 계약을 체결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다.
현재 재생에너지 단가가 일반 산업용 전기요금을 상회하는 상황인 만큼 PPA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력망 이용료와 부가정산금을 비롯한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킬로와트시(kWh)당 10원의 하한선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실상 재생에너지 사용에 따른 비용부담을 토로한 셈이다. 중소·중견기업의 입찰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재생에너지 공급량 확대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물량을 늘리고 가격 안정성을 확보해야한다"며 “정권 교체에 따른 에너지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고,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수출기업에 대해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것도 수출길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