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 탄소 중립 정책 뒷걸음질…보조금 축소→전기차 판매량↓
원자재 가격 상승·미-중 무역 갈등 심화…각종 경기 불안 요소 상존
글로벌 전기 자동차 판매량 증가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차량 내 전자 장비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관련 사업부의 실적 역시 작년보다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전반적으로 주춤하는 '캐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는 판매 부진에 따라 재고가 늘어나자 가격을 최대 20% 가량 낮췄고, 이는 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대자동차그룹더 향후 3년 간 글로벌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전기차 목표치를 95만대에서 84만1000대로 11.5% 하향 조정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률이 2022년 54.4%를 기록한 이래 2023년에는 35.2%, 2024년 상반기 20.8%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 각국의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탄소 중립 달성 핵심 수단으로 전기차를 앞세웠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 내연기관차 퇴출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자동차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전기차 전환 시기를 늦추거나 보조금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등 탄소 중립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이와 관련,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생산량과 재고량에도 이상이 감지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전장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하만(Harman)은 2조3731억2100만원 어치의 재고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작년 말 대비 24.8% 많은 상태다. 하지만 악화된 업황을 반영한 듯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생산 능력은 668만1000개로 18.01%, 실제 생산 개수는 467만3000개로 21.4% 감소했다. 동시에 가동률도 72.9%에서 69.9%로 낮아졌다.
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전장 부품인 디지털 콕핏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7.9%, 작년 16.5%, 올해 3분기에는 13.3%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아울러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심화 등 경기 불안 요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세계 자동차 공급망 불안요소는 많이 해소됐고,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만은 고객사와의 협업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의 정보 기술(IT) 기기화에 따른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의 변화로 중앙 집중형 아키텍쳐의 도입을 시도하고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하는 등 많은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장 부품 업체들의 공급 제품에도 빠른 기술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 기술 변화에 따른 업체간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만의 선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전장 사업에 무선 통신·디스플레이 등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접목시켜 차량의 IT 기기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