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기후변화청년단체 참여
“플라스틱 생산 대국으로서 협상에서 리더십 발휘해야”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도착 등 세계 환경단체 이목 집중
부산에서 열리는 제5차 플라스틱 오염 대응 정부 간 협상회의(INC-5)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협약 성공을 위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협상장에서 적극적으로 생산 감축을 지지하며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는 19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지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그린피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등이 참여했다.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이번 플라스틱 협약의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이어지는 생애 주기 전반이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 오염의 주된 원인임을 지적하며, 협약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석유화학업계의 과도한 로비와 공급 과잉 문제로 인해 협약의 실효성이 저해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한국 정부가 생산 감축을 명확히 지지해 글로벌 리더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비게일 아길라르 그린피스 캠페인 스페셜리스트는 “플라스틱 협약이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플라스틱 생산을 급격히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약은 플라스틱 생산 감소와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엄격한 관리 체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소, 재사용 개선, 그리고 전용 금융 메커니즘을 포함해야 한다"며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 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해 협상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니엘 리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생산 능력으로 인해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일본과 대만의 배출량을 합한 수준과 맞먹는다"고 지적하며 한국 석유화학업계의 공급 과잉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 세계 석유화학 생산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공급 과잉으로 인해 공장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석유화학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장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 기준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배출량의 14.8%를 차지하며, 이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탄소국경세 도입과 플라스틱 규제 강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산업의 탈탄소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을 산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는 한국 정부가 협상장에서 생산 감축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활동가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플라스틱을 재활용보다는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긍정적 신호"라며 “정부는 협상장에서 생산 감축 입장을 견지하고, 국내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확대해 플라스틱 사용 저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는 25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오염 대응 협약은 2022년부터 네 번의 협상회의를 거쳤으나, 강력한 협약을 원하는 국가들의 '생산 감축' 요구와 산유국들의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둔 입장이 충돌하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5차 회의에서 법적구속력을 가진 최종안이 의결될 예정이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 의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5일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환경 감시선 '레인보우워리어호'가 8년 만에 한국을 찾는 등 국제 환경단체들이 속속 한국에 오고 있다.
세계 환경단체의 이목이 한국에 쏠리면서 과연 한국 정부가 어디까지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