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요금제’ 사실상 요금 인하 압박…통신사는 ‘고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19 15:00

‘요금 역전현상’ 문제에 5G·LTE 요금제 하나로
국회·정부 지적에… 통신 3사 수익성 악화 우려
성장세 둔화 알뜰폰, 중저가 고객 이탈 가능성도

통합요금제

▲국회와 정부의 지적에 통신 3사가 5G·LTE 통합요금제를 선보이는 가운데 이로 인해 통신업계 및 알뜰폰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 3사 대표가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국회와 정부의 지적에 따라 5세대 이동통신(5G)과 4세대 이동통신(LTE) 구분을 없앤 '통합요금제'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 같은 요금제 출시는 사실상 소비자 입장에서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순 있지만 통신업계와 알뜰폰 업계에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연내 5G 보다 비싼 LTE 요금제에 대한 신규 가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여기에 5G와 LTE 통합요금제도 출시하기로 했다. 통합요금제는 5G나 LTE 등 세대별 기술 방식을 구분하지 않고 데이터 용량, 전송 속도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KT는 내년 1분기 안에 통합요금제를 내놓을 전망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전산 시스템을 개편하는 대로 통합요금제를 출시할 방침이다.


이번 개편안은 1차적으로 국회의 지적에 따라 마련된 대책이다. 국회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정부 주도로 5G 요금이 인하됐지만, 1300만명이 사용하는 LTE 요금제가 5G 요금제보다 비싼 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도 이에 동의하며 가계 통신비 안정화를 위해 통신 3사에 통합요금제 출시를 요청했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최근 통신 3사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더 낮출 방안을 찾아보자"며 “5G 요금제 인하 및 중저가 요금제 신설로 LTE 요금제가 상대적으로 더 비싸진 '역전 현상'을 손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LTE는 5G에 비해 속도가 약 5분의 1 정도 느리기 때문에, 이용자가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지적이다. 통합요금제는 기존의 높은 LTE 요금을 조정하라는 의미에서 사실상 요금 인하 압박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통합요금제 출시를 앞둔 통신 3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잇단 요금 인하에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발맞춰 5G 요금제 최저 구간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이에 평균 4만7000원이던 통신 3사의 5G 최저 요금제는 올해 3월 이후 평균 3만7600원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통합요금제 출시까지 더해지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5G 요금제 최저 구간을 낮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요금제 인하 주문이 날아들었다"고 토로했다.


고가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수록 통신사들의 수익은 늘어난다. 올해 들어 통신 3사의 이동통신 매출 증가율은 1~2%대 수준에 머무는 등 성장이 둔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신 3사는 요금 인하와 다름없는 통합요금제가 달가울 리 없다.


또 통합요금제 출시로 알뜰폰 사업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뜰폰 사업자는 저렴한 LTE 요금제를 주력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통신 3사가 통합요금제를 내놓으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합요금제가 출시되면 중저가 요금제가 강점이던 알뜰폰들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통신 3사로의 고객 이탈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신 3사가 가격을 낮춘 5G 요금제 등을 선보이면서 알뜰폰 시장은 주춤하고 있다. 과기부의 9월 무선통신서비스 통계현황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0%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둔화됐다.



김윤호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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