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위험 구간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강세론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미국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금융시장도 덩달아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불가피한 하락세 또한 언제든지 나올 수 있어 투자자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년 전 시작된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0월 금리인상을 멈춘 이후 기술주 중심 미국 나스닥지수는 50% 넘게 급등했고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는 250% 치솟았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날까지 올해 24% 상승하는 등 연간 기준으로 192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투자·투기 등급 회사채 금리와 미 국채 금리의 차이인 '스프레드'는 역대급으로 좁아진 상황이다. 이를 두고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자산 버블의 첫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는 “시장이 얼마나 과열돼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은 없지만 합리적으로 평가해보면 경고 신호가 맞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미국 금융시장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해외보다 미국 주식과 채권 매수를 권장하지만 내년 시장의 상·하방 가능성이 매우 넓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재정, 무역, 이민 정책 등이 어떤 내용으로 얼마나 강하게 실행될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모건스탠리는 S&P500 지수가 6500선에 도달해 지금보다 10% 오를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면서 24% 상승 가능성과 23% 하락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투자은행 HSBC 역시 미국 위험자산이 내년 상반기에 추가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이 '위험 구간'에 진입하기 직전이라는 경고도 동시에 제기됐다.
HSBC는 미 국채 금리가 특정 선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주는 이자율 스와프 모델을 구축했다. 금리가 이 선을 넘어 유지되면 '역(逆)골디락스' 상황이 발생해 주식, 신용, 신흥국 채권 등 위험자산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모델에서 위험 구간의 촉매제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4.5% 선으로, 정확히 지금의 금리 수준이다.
HSBC는 보고서에서 “간단히 말해 미 국채 금리가 연 4.5% 이상으로 올라 유지된다면 모든 주요 자산군에 걸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것이 현재 우리의 낙관적 전망에 가장 큰 위험"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낙관론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동안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49.8%로, 이례적으로 높게 나왔다. 1987년 협회의 설문조사가 시작된 이후 수십 년간 이 지수가 50%를 넘은 기간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도 이런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정이 예상되더라도 그 시점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같이 상승장에서 조정을 예상해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한다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다.
지난 2007년 7월 주식시장에서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났을 때 당시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였던 찰스 척 프린스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한 일어나서 춤을 추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로이터는 “강세장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고객들에게 자산 익스포져를 줄이라고 권장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