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규상 ‘귀책 사유있는 선거 무공천’
서일준 경남도당 위원장 “중앙당이 결정할 것”
말 아끼는 국민의힘, 조만간 공천 문제 논의할 듯
거제=에너지경제신문 이상욱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 구로구청장과 충남 아산시장, 경남 거제시장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당규를 따른다면 '무공천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재보궐선거가 확정되자 이미 상당수 인사가 출마 의사를 밝혀서다.
국민의힘은 자당 귀책으로 생긴 세 군데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면 여론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당 내부에서는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당은 후보를 내지 않되 측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부담을 완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기준 내년 4월 2일 재보궐선거가 확정된 곳은 기초단체 3곳이다. 현직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된 충남 아산과 경남 거제에서는 재선거가 열린다.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대신 구청장직을 사퇴하면서 자리가 빈 구로구에서는 보궐선거가 열린다.
선거가 치러지는 3곳 모두 국민의힘이 반드시 수성해야 할 곳이다. 거제는 역대 9차례 시장 선거에서 8차례 보수정당 계열 후보들이 승리한 여권 강세 지역이다. 이를 반영하듯 거제시장 선거는 출마 선언을 하거나, 하마평에 오르는 이들이 속속 나오는 등 여당 내 경쟁이 벌써 뜨겁다.
일단 국민의힘은 후보 공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진 않고 있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후보 공천 방식을 전혀 정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의 고심은 깊어졌다. 서일준 경남도당 위원장은 전날 본지와 통화에서 관련 질문에 “거제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답변을 이어갔다.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 공천 여부가 당으로서도 다소 곤혹스럽다는 의미다. 그는 “전국에 같은 상황이 많이 있다. 중앙당이 아마 결정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국민의힘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 사유가 있는 선거의 경우,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당규상 원칙을 밝혀왔다. 특히 한동훈 대표는 지난 1월 비대위원장 시절 '당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 열릴 시 무공천' 공약을 5대 정치 개혁안에 담기도 했다. 선관위가 내달 20일부터 재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 만큼, 국민의힘은 조만간 후보 공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한 뒤 공천했다가 야당에 참패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 '수도권 위기론'과 '김기현 지도부 사퇴론'이 불붙는 계기가 됐다"면서 “무공천이 곧 선거 포기로 봐선 안 되고, 당규에 따라 명분과 실리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거제 시민단체도 국민의힘에 '무공천'을 압박하고 나섰다. 거제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여야 각 정당은 '재보궐선거 귀책 사유가 자당이 원인일 때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국민에게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거제의 한 정치인은 “더불어민주당도 박원순, 오거돈 공백을 메우려고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냈다가 참패했다. '원인을 일으킨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당헌을 명분 없이 고쳤기 때문이었다"면서 “국민의힘도 후보를 공천해 패배하면 차라리 공천 안하느니만 못하다. 거제에서는 국민의힘이 무소속 단일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