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RR 엔진 정비 라이센스 확보…아태 MRO 허브 도약 노린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25 15:03

영종도 공장 기공 당시 “아시아나 A350 엔진 타당성 검토” 대비 진일보

자체 시설 보유, RR과 협상해 직접 정비 ‘파운데이션 서비스’ 선택 추정

국적사 정비 물량 흡수 시 연간 1조2000억원 상당 국부 유출 방지 가능

대한항공 A220-300 여객기에 장착된 PW1521 엔진. 사진=박규빈 기자

▲대한항공 A220-300 여객기에 장착된 PW1521 엔진. 사진=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이 영국 중공업 회사 롤스로이스(RR plc)의 항공기 엔진 정비 권한을 따내 직접 정비에 나선다. 인천 영종도에 세우는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에서는 연간 정비 가능 물량을 대폭 늘리고, 타 항공사들로부터도 본격 수주해 아시아·태평양 항공 정비의 메카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정비본부 정비훈련원은 지난 22일 항공·엔진 정비 기술 훈련생 모집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장 관계자는 “프랫 앤 휘트니(PW)·제너럴 일렉트릭(GE)에 이어 RR plc 트렌트 엔진까지 정비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3월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 정비 역량을 확충하고 항공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사업을 확장하고자 인천 중구 운북동(영종도) 부지에 신 엔진 정비 공장 건립 계획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당시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A350-900의 RR plc 트렌트(Trent) 엑스트라 와이드 바디(XWB) 엔진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보다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롤스로이스(RR) plc가 제작한 트렌트 엔진 제품군. 사진=RR plc 제공

▲롤스로이스(RR) plc가 제작한 트렌트 엔진 제품군. 사진=RR plc 제공

통상 RR plc는 자사 엔진을 직접 또는 라이센스를 받은 지역 거점의 파트너사의 지정 공장에서만 정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토탈 케어' 정책을 고수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전세계 트렌트 엔진의 약 90%가 토탈 케어 계약 대상이고, 이를 보유한 항공사들은 엔진 비행 시간당 일정 금액을 RR plc나 파트너사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엔진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RR plc과의 협상을 거쳐 에어프랑스-KLM 그룹처럼 엔진에 대한 정비 권한을 획득할 수도 있다. RR plc는 고객사가 직접 엔진 MRO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파운데이션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RR plc 엔진 보유 항공사가 직접 제반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 옵션으로, 토탈 케어나 '셀렉트 케어'보다도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자체 MRO 역량을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한 요구 사항에 맞춰 엔진을 직접 관리하고자 하는 항공사나 운영자에게 적합하다.


올해 5월 기준 대한항공은 정비본부 산하에 3121명의 인력과 △운항 점검 정비 공장(인천·김포) △김해 중정비 공장(부산) △엔진 정비 공장(부천) △전자 보기 정비 공장(부산) 등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RR plc로부터 엔진 취급 인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대한항공이 올해 3월 에어버스에 33대를 주문한 A350 계열 항공기들은 모두 RR 엔진만 탑재할 수 있도록 계약이 돼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가 엔진 제작사와 사전 협상을 마쳤을 것이라는 항공 엔진 전문가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한항공 KAL 빌딩 1층에 있던 프랫 앤 휘트니(PW)의 PW4000 시리즈 터보팬 엔진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 KAL 빌딩 1층에 있던 프랫 앤 휘트니(PW)의 PW4000 시리즈 터보팬 엔진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종래까지 대한항공은 프랫 앤 휘트니(PW)의 PW4000 시리즈와 GTF 엔진, 제너럴 일렉트릭(GE)와 스네크마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CFMI)의 CFM56, GE의 GE90-115B 엔진 등 총 4개사 6종에 대한 오버홀 정비를 수행할 수 있었다. RR plc까지 추가됨에 따라 이로써 대한항공은 '글로벌 빅 3' 엔진 메이커 제품을 다 다뤄볼 수 있게 돼 종합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GE의 GEnx 시리즈와 CFMI의 LEAP-1B를 포함, 정비 가능한 엔진 모델을 총 9종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한 연간 엔진 정비 능력을 100대에서 360대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2004년부터 자회사 진에어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 일부와 델타항공·중국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 수주 이력도 있는 만큼 향후 10년 간 성장률이 22.5%에 달할 아시아·태평양 항공 엔진 MRO 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에 엔진 정비를 맡기면 조건에 따라 50억~300억원 가량 지불해야 한다. 이와 같은 수요를 끌어들이면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부 해외 유출 방지 방지·일자리 창출·부품 국산화 등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부가 가치 창출도 도모할 수 있어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항공 자회사 'SIA EC'·델타항공 테크 옵스·루프트한자 테크닉스 등 유수의 정비 실력자들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있어 대한항공 MRO 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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