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칼럼] 러시아의 중거리 다탄두 탄도미사일 공격의 역설과 한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27 09:42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지난 11월 21일에 러시아가 6개의 개별 목표 타격이 가능한 사정거리 약 5~6,000km의 다탄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을 공격했다. 통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사정거리를 5,500km 이상으로 보기 때문에 오레시니크 미사일은 사실 사정거리가 약간 짧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공격이 놀라운 이유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지적 재래식 전쟁에서 6개의 탄두가 들어간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물건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같은 장거리 공격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19일에 북한의 참전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했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 본토 공격을 받은 직후 러시아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원칙을 수정하는 강경한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이유는 분명하다. 본토가 공격받을 경우 러시아는 서방에 대해 매우 정교하고 강력한 핵 공격을 시도할 수 있고 서방이 러시아의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러시아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에서 미사일에 탑재된 6개의 탄두는 음속의 10~12배 속도로 목표를 타격했고, 서방의 현존 미사일 방어체계로 이들 탄두를 요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는 핵전쟁 준비가 되어 있고 필요하면 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다탄두 미사일로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지만, 핵이 탑재되지 않은 6개의 재래식 탄두 공격의 군사적 효용은 부족했다. 오레시니크 미사일의 개별 탄두 무게는 약 800kg 정도로 알려졌고, 이는 한국이 보유한 현무 5 지대지미사일 탄두 예상 무게인 8~9톤의 10%에 불과하다. 현무 5도 사정거리에 따라 탄두 무게가 달라지지만, 러시아 다탄두 미사일과 같은 음속의 10~12배로 지상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현무 5는 오레시니크와 달리 지하 수백 미터에 있는 김정은 지휘부 같은 전략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관통력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현무 5 미사일 탄두의 질량을 갖지 못해 관통력이 부족했던 러시아 재래식 탄두 공격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재래식 전쟁 수행 능력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미 포탄, 전차, 장갑차 등의 재고가 급격하게 소진되었고 북한군이 대규모로 참전한 이유가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 부족 때문이다. 불과 10발 정도만 재고로 보유했다는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이번에 사용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러시아가 장기간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라면 러시아가 핵 억제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귀중한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참전과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대보다 전쟁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서방으로서는 러시아를 핵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전쟁 수행 능력을 최대한 낭비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 러시아가 아무리 핵 사용 위협을 공식화하고 오레니시크 미사일의 뛰어난 성능을 과시해 서방을 위협했지만, 이를 러시아가 핵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증거로 보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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