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2∼8일 고혈압 관리주간, 실태와 대책
매년 환자 증가 불구 치료 않고 방치 많아 '진료 구멍'
의료계 “1300만명이 환자"…20~30대 젊은층 급증
연관질환 심근경색·뇌졸중 환자 수도 비례증가 추세
짠음식·음주 피하고, 매일 활동 혈압수치 측정 중요
해마다 12월 첫 주에 걸친 1주일은 한국고혈압관리협회와 대한고혈압학회가 지정한 '고혈압 관리주간'으로, 올해는 12월 2∼8일에 해당한다.
사전에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에 대한 올바르고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치료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한 국민인식 개선 캠페인 행사다.
두 기관의 연구 및 조사에 따르면, 매년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거나 방치하는 사례가 상당해 고혈압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증가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분석이다. 고혈압과 함께 심장부정맥 또한 증가하고 있어 심·뇌혈관질환 발병의 '이중주' 또한 박자가 빨라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통계를 보면 2019~2023년 최근 5년간 국내 고혈압 환자수가 14.1% 늘었다. 2019년 651만 2197명에서 지난해 746만 3891명으로 많아진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20~30대 '젊은 고혈압 환자'의 폭증이다. 2019∼2023년 5년 동안 20대 고혈압 환자는 27.9%, 30대는 19.1%나 껑충 뛰었다. 게다가 전체 고혈압 환자의 치료율은 74%이지만, 20대와 30대는 각각 24%와 40%로 낮은 편이다.
의료계는 고혈압 환자수가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다고 보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최근 발표한 '고혈압 팩트 시트 2024'에서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 중 30%인 약 1300만명이 고혈압을 앓는 것으로 추정됐다. 직전 2023년 팩트시트에서 20세 이상 성인의 28%, 30세 이상 성인의 33%가 고혈압으로 추정되는 1230만명인 수치와 비교해 고혈압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혈압 연관 질환도 살펴보자. 심평원 통계에서 심근경색 환자는 2019년 11만 8872명에서 2023년 13만 9147명으로 매년 늘고 있고,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등) 환자는 2019년 61만 3824명에서 2023년 65만 3409명으로 매년 증가세이다.
부정맥 질환은 2019년 39만 8497명에서 역시 매년 상승해 2023년 48만 6956명이 진료를 받았다. 고혈압에서 출발한 심·뇌혈관질환 이벤트가 국민건강에 시한폭탄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高콜레스트롤·당뇨병 동반할수록 고혈압 발생률 높아
고혈압과 부정맥은 동맥경화로 인해 심·뇌혈관에 늘러 붙은 혈전(피떡)을 떨어지게 만들어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고혈압은 부정맥을 유발하거나 악화하는 원인이다. 이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건강의 악순환의 출발선에 고혈압이 있다.
질병관리청과 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이란 위 팔에 혈압대를 감아 측정한 동맥의 압력을 기준으로 수축기혈압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확장기혈압) 90㎜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 모두 120㎜Hg와 80㎜Hg 미만일 때가 정상 혈압이다.
고혈압과 정상 사이의 경계치에 있는 경우도 나이를 먹을수록 고혈압으로 진행하기 쉬우므로 '건강의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면 된다.
고혈압은 그 원인에 따라 본태성 고혈압과 속발성(2차성) 고혈압으로 나눠진다. 전체 고혈압 환자 중 90~95%가 본태성인데, 이것은 뚜렷한 원인이 없고 현재까지는 유전(가족력), 나이, 비만, 염분섭취, 운동부족, 스트레스, 성격 등이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머지 5~10%는 어떤 원인질환이 있어 이차적으로 고혈압이 생기는 속발성이다. 신장(콩팥) 질환이 가장 많고, 선천성 혈관이상, 당뇨병, 부신종양, 갑상선 질환, 임신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고혈압에는 고령화, 가족력 등과 더불어 음주,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나트륨과 당분 및 지방 등의 과다 섭취가 큰 영향을 미치므로 생활습관을 잘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생활패턴의 도시화 등으로 인해 점차 속발성 고혈압 환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당뇨병 등 동맥경화의 위험인자를 동반할수록 고혈압 발생이 증가한다.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작은 환경인자의 작용에도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 관리와 예방·치료에서 첫째로 꼽히는 것이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정상이지만 진료실에서만 혈압이 높은 경우를 '백의 고혈압'이라 하며, 반대로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은 정상이지만 평소 활동 시에는 높은 경우를 '가면 고혈압'이라고 한다.
싱겁게 먹고 국물류 섭취 자제…'나트륨 적게 넣고 적게 먹자' 강조
이렇듯 진료실에서만 혈압을 측정하면 정확한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24시간 활동 혈압이나 가정에서 측정하는 혈압 수치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진료실 밖 혈압이라고 하는데, 진료실 혈압보다 수축기 혈압은 5∼10mmHg, 이완기혈압은 0∼5mmHg 정도 낮은 것으로 인정한다.
고혈압 관리와 예방·치료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건강한 식생활이다. 음식은 골고루 싱겁게 먹는다. 짠 음식, 단 음식, 기름진 음식은 고혈압을 비롯한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한다. 국물은 적게, 가능한 밥을 국에 말지 않는다. 짜고 달고 기름진 성분이 국물에 많이 녹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나트륨(소금 성분의 40%) 줄이기 표어는 '적게 넣고 적게 먹자'이다. 특히 곰탕·설렁탕을 먹을 때 소금을 넣고 바로 먹지 말고 충분히 휘저어 소금을 충분히 녹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공식품에는 나트륨 성분이 대부분 많이 들어간다. 젓갈, 장아찌 같은 음식도 마찬가지다. 적게 먹어야 한다. 그런데 김치는 짜기는 하지만 유산균과 섬유질 공급 등 이로운 점이 여러 가지여서 고혈압이나 신장병(콩팥병)·심장병 등을 앓는 경우가 아니라면 지나치게 줄일 필요는 없다. 외식은 가능한 줄이고 '집밥' 또한 자연 재료로 음식을 조리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고혈압관리협회와 고혈압학회가 권고하는 '고혈압을 예방하는 7가지 생활 수칙'이다. 하나,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둘, 살이 찌지 않도록 알맞은 체중을 유지한다. 셋,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한다. 넷, 담배는 끊고 술은 삼간다. 다섯, 지방질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한다. 여섯,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일곱,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
신체가 영하의 찬 기운에 노출되면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으므로 외출할 때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갑작스럽게 찬바람 유입이 안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목도리나 모자를 이용해 목 부위, 머리(특히 정수리)에 대한 보호 조치는 겨울철 건강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