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핀셋 규제·땜질식 처방’ 비판 속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03 15:20

여당, 이번주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제출 예정

시장 안팎선 비판…“핀셋 규제 허점 악용 사례 우려”

민주당, 4일 상법 개정 주제로 공개토론회 개최하기로

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기존에 논의해온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시장 안팎에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는 주주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이번 주 중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대체재다. 민주당은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기존에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 국한돼 있어 지배주주의 이익을 좇다가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논의됐다.



하지만 정부는 재계 반발 등을 고려해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선택했다. 상법은 비상장사, 중견·중소기업을 포함한 120만개 기업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본시장법은 상장사 2400곳에만 적용된다. 상장사로 적용 대상을 한정하는 이른바 '핀셋 규제'를 하는 셈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적용 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해 상법 개정으로 모든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상장법인이 △합병 △영업·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 등을 할 때 이사회가 △합병 목적 △기대 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는 등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최근 두산그룹을 필두로 계열사간 합병과 관련해 가액 산정기준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도 담기로 했다.


자본시장법 보완을 통해 주주 이익을 적극 고려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주이익 보호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에 재무적 거래에 대한 주주 보호 노력 조항을 둬서 상법 개정으로 우려되는 부작용을 해소하고 실효적인 주주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선택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자본시장법만으로는 합병분할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상장폐지나 배임횡령 등에 따른 주주 피해는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합병분할 제도 개선은 논의돼왔던 부분이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만으로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 의무를 대신하려는 것은 상법 개정 논의가 왜 나왔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는 어느 하나를 금지하면 다른 유형이 나타나는 풍선효과가 반복돼왔다"며 “앞으로 어떤 다른 유형의 일반주주 이익침해 사례가 나오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을 지속 촉구하고 있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에서 나왔듯이 주주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건 선언적인 문장일 뿐 사실상 어떤 구속력도 없다"며 “핀셋 규제가 아닌 일반적인 조항을 상법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오는 4일 상법 개정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상법 개정 관련 각계각층의 찬반 의견을 듣고 이를 상법 개정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김기령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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