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직후엔 비트코인 시세 -14%까지 급락
저가 매수세로 반등 빨라…업비트 거래대금 ‘40조’
전문가 “국회 결의와 차익거래가 시장 안정 이끌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간밤 있던 비상계엄 사태에도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였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이 -14%까지 하락할 정도로 매도세가 집중됐으나, 국회의 신속한 대응과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시세는 곧 원상복구 됐다.
4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1시경 비트코인은 1조30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대비 0.65% 하락한 수치며, 미국 바이낸스 기준 시세인 약 9만5700달러(한화 약 1억3352만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을 위시한 기타 알트코인도 비슷한 흐름이다.
그러나 전날 밤 국내 거래소에서는 모든 코인 시세가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문 낭독을 시작,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오후 10시 27분 대부분의 코인 종목에 매도세가 몰리며 시세가 급락했다. 당일 1억3000만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0시 30분경 한때 8800만원선까지 떨어질 정도였다.
이 영향으로 국내외 코인 시세 차를 보여주는 '김치 프리미엄'은 비트코인 기준 최대 -14.6%, 타 코인 중에서는 -30%가 넘는 종목이 나타나는 등 엄청난 괴리가 관측됐다. 올 하반기 들어 주요 코인들의 김치 프리미엄은 0%대로 글로벌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 괴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코인들의 시세가 폭락하자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11시부터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시세는 금세 회복됐다. 오후 11시 30분까지 1억2000원선에 올라섰으며, 이후로도 매집이 지속된 끝에 4일 오전 1시 무렵에는 시세와 김치 프리미엄, 거래량이 모두 정상화됐다.
이 여파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은 현재 기준 40조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전일 대비 60% 이상 폭증한 수치며, 국내 증시(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일일 거래대금(약 15조원)의 2.7배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정치 상황에 큰 사건이 발생하자 가격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도하고, 매도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자 더 많은 매도자가 생겨나 악순환이 발생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하락폭이 커지자 최근 좋은 가격 움직임을 보였던 자산들에 대한 매수세가 시작되고, 또한 상황이 3시간 만에 '무효화' 되면서 다시 가격이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바탕 소동을 겪었던 국내 코인 거래 시장에 대해 가상자산업계 전문가들은 벌써 시장이 안정화됐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이사는 “국회가 빠르게 계엄 해제를 결의한 것도 가격 안정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계엄군의 국회 본청 진입 등 주요 장면에서 코인 시세가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보였으나, 계엄 해제 결의 후 안정을 찾았다"고 전했다.
또 주식과 달리 코인 시장은 국내외 간 경계가 약해 시세 차이가 크게 발생할 경우 국내에서 코인을 매수해 해외에 팔아 치우는 차익거래가 가능한 것도 가격 안정이 빨리 찾아온 한 요인으로 꼽힌다.
각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서비스 지연에 한바탕 진통을 겪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 직후 주요 원화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의 모바일 앱이 트래픽 초과로 먹통 현상을 보여서다. 단 이들 대부분이 새벽 시간 신속한 조치로 서비스 정상화에 성공했다.
때아닌 거래대금 폭증에 거래소가 얻은 이익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로 예를 들면 현재 기준 24시간 거래대금(약 40조원)에 일반 거래 수수료율(0.05%)을 단순 적용할 경우 하루에만 2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