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이태민 기자
155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국회의 해제요구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이다. 민의의 전당을 군홧발이 짓밟은 초유의 사태. 본회의장을 사수한 건 장갑차를 온몸으로 막아낸 국회 직원과 보좌진, 그리고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이었다.
이로써 서슬퍼렇던 계엄은 한밤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듯 보이나,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만천하에 입증해보였다는 평가다.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단어가 불쑥 튀어나오면서 국격은 순식간에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이에 정부를 비롯해 삼성·SK 등 주요 그룹들의 대외신인도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계엄 충격파'가 우리나라 경제에 남긴 생채기 또한 크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다. 원자재 가격과 직결되는 만큼, 제조원가 상승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금융시장 쇼크로 이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 매도 행렬이 이어지며 주가가 2400선까지 밀렸고,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까지 뛰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의 주가 변동성은 확대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가능성은 줄었다.
안 그래도 내수 부진 장기화와 대규모 세수 결손,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수렁에 빠져 있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도,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45년 이상 후퇴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계엄 사태가 정국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면서 의회 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본회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었던 민생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엔 인공지능(AI) 기본법부터 반도체 특별법, 전력망법 등 분초를 다투던 산업계 최대 현안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연내 제정을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여느 법안들이 그랬듯 기약 없이 지체되게 생겼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155분 천하'가 남긴 결과물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앞으로 국정동력과 국민 신뢰를 크게 잃게 될 정부가 과연 이러한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그 사이 기업과 국민이 지게 될 고통의 무게를 가늠하자니 벌써 아득해진다. 윤 대통령은 이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충분히 숙고해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