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 적고 6차선 도로 ‘자연장벽’ 역할···수혜 지역 제한적
‘주택 밀집’ 창동역 거주환경 개선 예상···상권 추가 조성은 힘들 듯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내 주요 철도 지하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성공할 경우 거주민들 삶의 질이 개선되고 도시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절된 도시가 이어지고 소외된 곳들이 개발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관건이다. 철도 지하화 주요 거점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반응과 실태, 예상되는 개발 효과와 풀어야할 숙제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서울지하철 7호선이 만나는 도봉산역은 서울시 '철도지하화' 작업의 출발점이다. 서울 끝자락에 위치해 주거지보다는 관광지 느낌이 강하다. 이 곳부터 경원선을 따라 내려가는 도봉역·방학역 인근은 지상 철로를 지하에 묻어야 할 요인이 부족해 보였다. 유동인구가 적은데다 철로와 함께 뻗어있는 6차선 도로가 이미 '자연장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 밀집 지역인 창동역 근처 주민들은 거주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4일 오후 찾은 도봉산역은 한산했다. 몇몇 등산객이 보일 뿐이었다. 역 인근에는 도봉휴한신아파트(2678가구) 정도를 제외하면 주택이 많지 않다. 상권도 대부분 등산로를 위주로 형성됐다. 이 곳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주말이 아니면 사람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1번 출구로 나오니 바로 앞에 왕복 6차선 도로가 보였다. 철로가 없었다 해도 이 도로가 동·서 교류를 막는 벽처럼 작용했을 듯하다. 그나마 동쪽은 대부분 공원으로 조성됐다. 서쪽 등산로를 이용하는 이들이 동쪽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비용을 투입해 지상 철로를 없앨 이유가 거의 없어 보였다.
큰 도로를 따라 도봉역~방학역으로 가는 곳 분위기도 대부분 비슷했다. 철로와 도로가 같은 방향으로 뻗어있다. 심지어 고가철도라 차나 보행자의 통행도 원활했다. 방학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동·서 지역이 크고 작은 주택가로 조성됐다. 철로를 없앤다 해도 주변 경관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만나본 몇몇 주민들은 시가 철도지하화 작업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도 잘 몰랐다.
방학역부터 창동역으로 가는 길은 상황이 다르다. 도로는 쌍문동쪽으로 가고 철로는 주택밀집지역을 향한다. 방학동, 쌍문동, 창동 등 인구도 많아 지하철역이 붐볐다. 대로를 따라 대형마트, 백화점 등이 늘어섰다. 창동역 바로 앞에서는 도시개발구역 공사가 한창이었다. 근처에는 고층 아파트와 건물들이 즐비하다.
이 곳 사람들은 주거환경 개선과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창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B씨는 “지상으로 지나는 철로를 완전히 봉쇄하고 주민들이나 차량은 지하차도로 다니고 있다"며 “(지하차도에)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등은 없어 다니기 불편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녹지 시설이 부족한 편인데 철로 대신 공원이 들어선다면 집값이 오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산아이파크아파트(2061가구) 주민들은 창동현대아이파크2·4차(각 705·202가구), 창동쌍용아파트(1352가구), 동아청솔아파트(1981가구) 등과 생활권을 공유하지만 지하차도로 다니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아파트 정문 앞 지하차도로 차량 통행이 몰린다는 단점도 있다. 북한산아이파크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철도가) 없어지면 분명 큰 호재"라면서도 “(지하화 계획 발표 이후) 거래가나 호가가 오르거나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창동역 상권은 철로를 고가에 올린 덕분에 1층에 비교적 효율적으로 형성돼 있다. 1·4호선이 교차하고 생활 편의 인프라가 많아 유동인구도 넘쳤다. 아파트가 워낙 많아 수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없어지는 역사 자리에 추가적인 시설이 들어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 작업이 도시 경쟁력 향상 및 균형 발전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울 시내) 모든 지상 철로를 지하화할 것이냐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