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선 후퇴'를 시사한 것이 불과 몇시간 남지 않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나흘 만이자, 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7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윤 대통령은 또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여당에 사태 수습의 주도권을 내주는 것은 물론, 자신의 거취까지 일임하며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국민의힘과 한덕수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이 국정을 조율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탄핵안 표결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친한(친한동훈)계가 탄핵에 반대할 명분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면 탄핵안이 가결되는데 전날 한동훈 대표는 사실상 탄핵 찬성 입장을 시사했고, 조경태·안철수 의원도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날 2선 후퇴를 선언한 배경엔 국민의힘이 설득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것이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 혼란이 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가 해명에 치우치면 자칫 여론 역풍을 키울 수 있다는 여권 내 기류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밤 추경호 원내대표와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 주진우 의원 등은 전날 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용산 참모진과 만나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관련해 당내에서 제기된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사과를 포함한 입장을 내야 탄핵안 부결의 명분이 생길 것이라는 당내 의견이 전달됐고, 윤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함에 따라 여당은 탄핵안을 부결시키고 질서 있는 퇴진론을 내세울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정상적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 '조기 퇴진' 발언은 당장의 탄핵에 반대하고 '질서 있는 퇴진'을 통해 임기를 단축하고 물러나도록 하는 방안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이번 사태의 수습 방안과 국정 정상화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의 수습 방안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이 아닌 임기 단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탄핵 찬성 공개 입장을 밝힌 친한계 조경태 의원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는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에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대선을 함께 치르는 방안이 거론된 바 있다. 현직 대통령에게 개헌 사항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통해 조기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