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보다 그 이후 파업이 국내 경제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파업 사태에 대해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노동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인 현대차지부와 한국GM지부가 지난 5~6일 주·야 각 2시간씩 파업을 추진했다. 역시 금속노조 소속인 HD현대중공업지부도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금속노조의 파업은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에는 완성차, 조선뿐 아니라 철강, 전자 등의 주요 제조업체들이 속해 있다. 특히 금속노조는 윤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오는 11일부터 전체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금속노조 뿐 아니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최근 윤석열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파업이 얼마나 확대될지 언제까지 지속될지 쉽사리 짐작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률 둔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계엄과 파업 사태가 겹쳤다는 점이다. 계엄과 파업 사태 이전부터도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를 하향조정하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전보다 0.2%포인트(p) 하향 조정한 2.3%로 제시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1.8%다. 지난 10월 보고서들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0.2%p 하향 조정됐다.
글로벌 IB들 대다수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계엄 사태로 주가와 환율 등 경제지표가 충격을 입은 것도 모자라 파업으로 제조업의 생산량까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 국내 경제가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셈이다.
다만 계엄 충격은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대해서 적극적인 정책 대응 덕분에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파업에 따른 영향도 최소화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까 싶다. 노조가 국내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는 파업보다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선택해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