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고물가로 1만원대 초가성비 피자 선호 뚜렷
외형 확장 vs. 매장 정리 등 생존전략도 ‘양극화’
프리미엄 피자 줄줄이 하향세, 냉동피자 급부상
1만~2만원대 중저가 피자 프랜차이즈업체간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1위자리를 놓고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내수 포화에 따른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자 경쟁업체 인수를 통한 공격적 확장을 펼치거나 반대로 부진사업 정리에 나서는 등 상반된 생존전략을 구사하면서 규모 순위에도 변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오구쌀피자 인수…반올림피자 가맹점 수 1위로 '쑥'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토종 피자 브랜드 '반올림피자'는 100억원에 '오구쌀피자' 운영사인 오구본가 주식 전량을 인수하는 등 덩치 불리기를 본격화했다.
업계 불황에도 외형 확장을 발판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인수 후 쌀도우 등 오구쌀피자의 기존 장점은 유지하되, 향후 두 브랜드 간 제품 개발 시너지까지 극대화한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특히, 규모의 경제 실현에 초점을 맞춘 만큼 이번 인수를 계기로 반올림피자는 총 730여개 점포를 보유하며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 기준 선두로 올라선다. 다만, 단일법인 기준 환산한 값으로 이와 상관없이 집계하면 피자스쿨이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 1위는 피자스쿨(615곳)이다. 피자스쿨은 2012년부터 각각 피자스쿨과 씨에이치컴퍼니(피자스쿨 남부)로 가맹본부를 나눠 운영 중인데, 같은 기간 씨에이치컴퍼니(323곳) 점포까지 더하면 940여개에 이른다. 이 밖에 피자마루(524개), 피자나라치킨공주(505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일각에선 2021년 약 71억원이던 반올림피자 영업이익이 지난해 50억원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인수 관련 대규모 투자비용 부담이 예상돼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반올림피자 관계자는 “올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총이익률(매출액에서 매출 원가를 뺀 마진율)이 전년 대비 4.7% 늘어난 36.2%까지 개선됐다"면서 “기존 운영 노하우와 함께 오구쌀피자 브랜드 업그레이드와 물류 시너지 창출 등에 집중해 향후 수익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피자 프랜차이즈업체 가맹점 수 추이
◇ “시장성↓" 노브랜드피자, 냉동피자로 방향성 선회
반면에 시장 발 빼기에 나선 업체도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피자 브랜드 '노브랜드피자'는 지난 10월 대치점을 시작으로 연내 남은 직영점 3곳을 순차 정리한다. 당초 직영점 운영을 바탕으로 가맹사업 여부를 판단키로 했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 철수에 나선 것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 차원에서 외식 피자 대신 가정용 타깃의 냉동피자와 마트 내 델리 피자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노브랜드피자를 운영하며 축적한 메뉴 노하우 등도 향후 냉동피자, 마트 피자 레시피에 접목하는 등 상품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라는 회사의 설명이다.
외식 피자 시장에 불황 그늘이 짙어진 것은 오랜 일이다. 고물가 현상이 심화되며 저렴한 가격대를 선호하는 소비 양상이 강해지면서, 과거 시장을 주름잡던 프리미엄 피자 브랜드들도 최근 몇 년 간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한국피자헛 가맹점 수는 2021년 340개에서 지난해 297개로 줄었고, 미스터피자 가맹점도 216개에서 183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미노피자는 365곳에서 369곳으로 가맹점 수가 늘었으나 이전보다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중저가 피자 시장은 피자 한 판에 3~4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피자 대비 싼 가격으로 호재를 누렸지만, 1만원대 이하의 초가성비 냉동피자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동력이 시들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오뚜기·CJ제일제당·풀무원 등 주요 식품 제조사들까지 냉동피자 신제품을 내놓으며 경쟁 구도도 복잡해진 모양새다.
한 중소 피자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기존 식품 제조사들 위주로 냉동피자 시장 점유율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무 여력이 적은 중소 피자업체 입장에선 제품 연구개발부터 마케팅 비용까지 초기 투자비마저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