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외환시장…원/달러 환율 이달에만 2.5% 상승
노무라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시 성장률 0.2% 하락”
줄어드는 외한보유액…당국, 올 상반기에만 76억달러 매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급물살 기대감도…“이번엔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외환시장이 흔들리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시장안정 조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이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이 급물살을 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의 새로운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비상계엄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이 경제 하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경제 하방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총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2일 오후 12시 13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3.86원을 나타내는 등 2022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이달초 달러당 1395.95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보름만에 2.5% 가량 상승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대통령 2차 탄핵안은 오는 14일 표결될 예정이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정치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무라홀딩스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2% 하락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한은은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깜짝 인하'에 나섰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정치 불안에 따른 경제적 타격 우려가 나오는 배경엔 고환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내수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국내 자산을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해외자금이 더 빠른 속도로 이탈될 가능성도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대규모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021년 10월 469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이후 3년 동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한은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18억1500만달러, 57억9600만달러를 매도하는 등 상반기 달러 매도액은 76억1100만달러에 이른다.
한편, 일각에선 일반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투자자들과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새로운 촉매제가 절실해진 만큼 밸류업 정책의 주 내용 중 하나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지금이 적기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석 준 애널리스트는 “시장 부양을 위한 자본시장 및 기업 개혁을 추진할 명분이 더욱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12명의 애널리스트와 자산운용사들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정부로선 가장 중요하면서도 실행 가능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금융당국도 주주가치 훼손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을 잇따라 보여왔다. 주요 사례로는 고려아연(유상증자에 대한 증권신고서 정정), 두산그룹(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주식교환에 대한 증권신고서 정정), 이수페타시스(유상증자에 대한 증권신고서 정정) 등이다.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국회 회기 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맥쿼리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6개월 이내에 조기 선거가 진행된다면 야당 지도자인 이재명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며 “이 대표는 현행 상속세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지주회사 요건 강화와 상법 개정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MY 알파 매니지먼트 HK어드바이저의 존 준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실제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