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이에스지모네타 대표/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2023년 OECD가 발표한 <2023년 연금 개요(Pensions at a Glance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인 14.2%의 약 3배에 달했다. <2024 아시아태평양 연금 개요(Pensions at a Glance Asia/Pacific 2024)>에서는 평균소득 기준 순 연금대체율이 35.8%로 OECD 평균 61.4%보다 훨씬 낮았다. 노인빈곤율은 높고 연금 소득대체율은 낮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기본적인 연금체계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연금은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공적연금으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퇴직연금(혹은 퇴직금)이며, 세 번째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개인연금 상품이다. 연금체계의 목표는 간단하다. 은퇴 후 생애 평균소득 대비 70%를 소득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출범 당시 이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와 기대여명의 증가로 연금제도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번 개혁을 거쳐야 했다.
1998년 1차 개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재정추계를 도입했으며, 2007년에는 이를 다시 40%로 낮췄다. 연금을 받는 연령 역시 60세에서 65세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를 통해 연금 소진 시기를 연기할 수 있었으나, 노인빈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4년 7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약 2,200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영향력이 큰 제도를 개선하거나 개혁하는 논의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이 '표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논의는 대체로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을 것인가'라는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행 국민연금은 사업장 가입자 기준으로 소득월액(월급여) 39만 원에서 617만 원까지를 기준으로 납부한다. 회사와 개인이 각각 4.5%씩 총 9.0%를 부담하며, 이를 40년간 유지하면 소득대체율은 40%가 된다. 그러나 직장인의 평균 근속연수 23~26년을 감안하면 실질 소득대체율은 20%대 중반으로 낮아진다. 국민연금 개혁은 이 9%의 납부율과 40%의 소득대체율이라는 방정식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현재 추계에 따르면, 2040년대 후반에는 기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5년마다 재정추계를 통해 미래의 재정상황을 예측한다. 재정추계는 약 20년 이후의 기금소진 시점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명확히 제시한다. 이는 납부율과 소득대체율 간의 다양한 조합을 제안하면서도 기금 소진 시기를 연기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20년 이상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많은 가정이 수반된다. 따라서 납부율과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뿐 아니라 기금 운용 수익률 개선 등 대체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기준소득월액 상한선을 현재 617만 원에서 건강보험처럼 상한을 없애는 것이다. 이 경우 추가적인 납부금 확보로 납부율을 약 2%포인트 이상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만, 납부 금액 대비 은퇴 후 수령액의 소득비 문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대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씩 높이는 것이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약 8~10년 뒤로 미룰 수 있다. 이를 위해 기금운용 거버넌스 선진화, ESG 철학을 포함한 기금운용 정책의 실질적 개선, 전문 인력 확충 및 처우개선 등이 필요하다.
2,200만 명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한국 사회의 핵심 노후 복지제도다. 명확한 해결책 없이 OECD 국가 중 최악의 노인빈곤율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