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철강·정유 내년 매출 27조원 급락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23 15:21

미국 정책변화와 중국 공급과잉 이중고

신평사들 경고 “국내산업 타격 불가피”

이차전지·철강 국내 수출품 비중 6·7위

매출 타격 크면 국내 경제 전체에 위기

배터리 3사

▲(위에서부터)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삼성SDI 헝가리 법인, SK온 미국 조지아 1공장

내년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제대국 사이에서 국내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와 철강, 정유 산업의 내년 합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7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급격히 늘어나는 중국의 수출 물량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에서 관세 등 미국의 정책 변화도 비우호적일 것으로 예측되는 탓이다. 이차전지와 철강 등 핵심 수출 산업이 흔들린다면 내년 한국 경제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차전지·철강·정유산업, 미국·중국 영향에 내년 업황 악화

23일 재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내년 이차전지와 철강, 정유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내 신평사들은 내년 전망을 발표하면서 하나같이 이들 산업의 매출 하락을 우려했다.



이들 신평사들이 내놓은 산업별 매출 전망을 종합하면 이차전지·철강·정유 3개 산업권의 내년 매출액 합계는 314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341조4000억원에 비해서 2년 만에 27조1000억원(7.94%) 줄어드는 수준이다.


특히 이차전지 산업의 매출액이 21조원으로 가장 감소 폭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그 다음 철강이 3조2000억원과 정유가 2조9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산업권은 다른 산업권보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차전지는 중국 업체와 직접 경쟁하고 있는데다 K-배터리 3사 모두가 미국에 대규모 생산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형 철강사 역시 해외 수출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해야하는데다 미국 시장에도 대규모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 산업은 이차전지·철강과 다소 상황이 다르나 역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결제가 달러화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같이 강달러가 유지된다면 원유 수입 비용이 증가해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원유 수입 비용이 늘어날 경우 기름 값도 인상돼 매출에도 타격이 발생하게 된다.




◇중국, 부동산 위기로 수출 물량 확대…미국, 중국의 우회 수출도 겨냥

문제는 이들 산업이 처한 글로벌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위기가 내년에도 수출 물량 확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부동산 경기 불황에 중국 4위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萬科·Vanke)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 내수 시장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고 재고가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수출 기업들이 내수 시장의 침체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정책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발생한 무역 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직접적 수출입 물량은 크게 줄었다. 이후 중국은 한국과 동남아 국가에 원료를 수출하면 해당 국가가 이를 제품화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의 우회 수출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이 같은 우회 수출마저도 줄이겠다는 목표로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이차전지와 철강 등 수입품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거나 까다로운 원료 제한 조항을 늘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기업도 이 같은 칼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차전지와 철강 등이 핵심 수출 산업이라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배터리가 포함된 자동차 부품과 철강 제품의 수출 규모는 전체 비중에서 나란히 6위와 7위를 기록했다. 이들 산업이 내년 큰 타격을 입을 경우 국내 산업권 전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종일 나신평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 보편관세 등으로 국내 기업의 매출 감소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것 같다"며 “아울러 국내 기업들은 중국 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수급 환경 하에 사업을 영위해 왔으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글로벌 진출 확대로 경쟁 강도가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동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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