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레거시 반도체 규제 강화…한국엔 ‘양날의 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25 13:06

중국의 생산능력 급증이 美 규제 촉발
삼성전자는 시안 SK하이닉스는 우시
중국 내 D램 생생기지 타격은 불가피
中 저가 공세 줄어 공급 전망 긍정적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은 반도체 분야로까지 확장돼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은 반도체 분야로까지 확장돼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생산 급증을 견제하기 위한 추가 규제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산 기초칩(레거시 또는 성숙 노드 반도체)에 대한 301조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 의료기기, 가전제품, 산업용 장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레거시 반도체가 대상이며, 현재 25%인 관세율을 2025년까지 50%로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중국의 급격한 레거시 반도체 생산 확대가 있다.



中 레거시 반도체 생산량 급증…사상 최대 수준

중국 반도체 업계의 지난 1분기 레거시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3월 단일 월 기준 362억개를 생산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만의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스포스는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생산능력이 2023년 말 기준 전 세계의 31%에서 2027년까지 39%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약 150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SMIC와 화홍반도체 등 주요 기업들의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관련 규제 수위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게 복합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한국 기업들을 압박해온 중국의 저가 공세가 약화될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한국 기업 대비 30~50% 낮은 가격으로 레거시 반도체를 공급해왔다. 일부 제품의 경우 생산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사례도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기업의 중국 내 생산기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만들고,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을 생산 중이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때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 SK하이닉스 반도체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적응하기 위한 한국 반도체 기업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림=ChatGPT

중국 보복조치시 韓기업 원자재 수급 차질 우려

향후 중국이 미국의 규제에 보복 조치를 단행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수도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갈륨과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의 수출을 통제하며 미국의 제재에 대응한 바 있다.


현재 한국 반도체 업계의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실리콘 웨이퍼용 실리콘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2022년 68.8%에서 2023년 75.4%로 증가했으며, 특수가스와 화학원료 등 기타 핵심 소재의 의존도도 50%를 상회하고 있다.


한편 이번 301조 조사는 조사 기간이 대략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조사 결과는 트럼프 정부 하에서 나올 전망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율 인상뿐 아니라 수입 제한이나 '컴포넌트 관세' 부과 등 다양한 형태의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컴포넌트 관세는 최종 제품에 포함된 중국산 반도체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중국산 반도체가 포함된 완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SK, 생산기지 다변화로 리스크 분산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기지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 건설과 함께 기흥캠퍼스에 NRD-K 건설을 추진하며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5X 공장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에 나설 예정이며, 미국 내 패키징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런 투자의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이 수월해질 수는 있지만, 동시에 중국 내 생산기지 운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전략적 선택도 불가피해졌다"며 “특히 중국 생산기지의 축소나 이전이 필요할 경우 대규모 투자비용과 함께 기술 유출 우려도 고려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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