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 1064조·연체 18조원 ‘역대최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29 12:05

내년 금리인하 멈추고 정국혼란에 소비위축 겹치면 '대위기'

.

▲한 가게 앞 전경. 연합뉴스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서 1064조원 이상을 빌렸지만, 현재 18조원 이상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 잔액과 연체액은 모두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새해에도 자영업자들은 높은 수준의 금리 부담에 짓눌릴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1064조4000억원은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기록이며, 지난 2분기 말(1060조1000억원)과 비교해도 4조3000억원이나 더 불어난 수치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올해 1분기 0.3%로 반등한 뒤 2분기와 3분기 모두 0.4%를 유지하며 전반적으로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종류별로 보면 사업자 대출이 711조8000억원, 가계대출이 352조6000억원을 차지했으며, 사업자 대출 잔액은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3분기 말 현재 75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755조6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자영업자 177만4000명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3000만원이었다.




이들 자영업자의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3분기 말 기준 총 18조1000억원으로, 2분기 말(15조9000억원) 대비 2조2000억원 더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한은이 지난 10·11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사이클이 예상보다 일찍 끝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영업자 이자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연준은 지난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50∼4.75%에서 연 4.25∼4.50%로 0.25%p 인하했다. 반면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기존 3.4%에서 3.9%로 높였다. 이는 내년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한은의 내년 기준금리 인하 폭 또한 0.50%p(3.00→2.50%)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탄핵 정국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친다면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환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10일부터 소상공인연합회가 사흘간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한은 조사 결과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88.4) 또한 전월 대비 12.3p나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3월(-18.3p)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에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 대출자가 늘어난 데 유의해 채무 상환 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높은 금리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어가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의 경우 적극적 채무 조정과 재취업 교육으로 재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다니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