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커지는 해외 식품시장, K-푸드 수출 ‘장밋빛 전망’
종합식품·라면·제과 제조사 생산공장 늘려 수요 대응
보호무역주의 강화,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안 잔존
학계 “타 분야와 융합·현지화 전략·전문성 강화” 조언
경기침체 파고에 부딪힌 식품 산업이 대전환기에 서 있다. 세계 각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통 내수업계의 틀을 깨야하는 국내 식품산업의 눈앞에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펼쳐져 있다.
한류 열풍을 동력으로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K-푸드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제 통상환경 변화와 국내 정세 혼란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장애물을 넘어 글로벌 식품 산업으로 반등하는 기회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새해 글로벌 농림축산식품 시장 규모는 전년(1경1583조원) 대비 7.2% 성장한 1경24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커지는 시장 몸집만큼 빠르게 늘어나는 해외 소비 수요 대응을 위한 공급량 확충이 최대 현안이다. 종합 식품사들은 신성장 지역으로 낙점한 유럽 내 현지 첫 생산기지 설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내 식품사, 현지 공장설립으로 몸집 불리기 본격화
CJ제일제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자동화 생산 라인을 갖춘 생산 공장를 짓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해 연간 30%씩 규모가 커지는 유럽 만두 시장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대상은 폴란드 크라쿠프에 6613㎡(2000평) 규모 김치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거점 공장인 만큼 유럽 전역에 공급하는 김치 물량을 생산하며, 오는 2030년까지 연간 3000톤(t) 이상의 물량을 만들 계획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라면 제조사 3사의 생산능력 확보전도 치열하다. 해외 매출 비중만 전체의 80%인 삼양식품은 올 하반기 가동 목표로 수출 전용 공장인 밀양2공장을 짓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내 공급량 확대를 위해 오는 2027년까지 현지에 첫 해외 생산기지 설립도 예고했다.
40% 수준인 수출 비중을 올해 50%까지 끌어올린다고 발표한 농심도 상반기 중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개 생산 능력을 갖춘 수출 전용 공장 착공에 돌입한다. 완공 예상 시점은 오는 2026년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10%로 3사 중 가장 낮은 오뚜기도 2005년 미국 진출 이래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라미라다 지역에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과업계에선 롯데웰푸드와 오리온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하반기부터 인도 법인 '롯데 인디아'의 하리아나 공장에 빼빼로 자동화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빼빼로 해외 생산에 나선다.
오리온은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거두면서, 현지 트베리 신공장·노보 공장 가동률이 130%를 넘어서는 만큼 생산동 증축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 차원의 노력에도 미중 갈등과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공급망 재편 등 국제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안갯빛 전망도 점쳐진다. 수출 성장 견인력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내수 회복으로 일부 상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불안으로 성장 모멘텀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국제통상 환경 변화, 내수성장 모멘텀 실종 '이중고'…차별화 필요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주력 공략지인 미국 수출 시 최대 20% 수준의 보편관세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던 국내 식품업체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도 부담이다.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업체는 물론, 수출형 식품업체들도 원부자재 수급과 공장 운영비, 판관비 등 현지 경영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러 위험 요인이 잔존함에 따라 새해 사업 방향성에 식품사들의 의사결정도 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통상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단순한 식품 제조사의 역할을 넘어 유통, 콘텐츠, 농업 등 다른 분야 제조사와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메이드 인 코리아(Made-In-Korea) 그대로 공략하거나, 주어진 상황에 맞춰 현지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조언했다.
이어 “삼양식품과 오리온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식품사는 라면과 제과 등 특정 분야에 제조 전문성이 특화돼 있다"면서 “반면에 내수 비중이 높은 업체는 기술 측면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데, 앞으로는 최신 기술을 접목해 보다 전문화된 기업으로 도약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덧붙여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