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불확실성을 기회로…中企·소상공인 희망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01 09:08

■ 한정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신년인터뷰
“내수 부진이 가장 큰 문제…유동성부터 풀어야”
“부동산 거래 활성화·대출금리 인하 돌파구 필요”
“불확실성 힘들지만 기업인에 도전과 혁신 기회”

한정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한정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2025년 새해 메시지로 '희망'을 강조했다. 사진=김유승 기자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국내 중소기업 정책사(史)의 원로인 한정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새해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희망'을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올해 중소기업 경기에 대해 “암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라틴어 구절을 언급하며 “버티는 한, 희망은 있다"고 했다.


한 이사장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부처 승격 이전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약 3년 간 중소기업청을 이끌며 '최장수 청장'으로 이름을 올린 인사다. 비록 탄핵 정국의 길에 들어서긴 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국민통합위원회 '1호 특위'로 대·중소기업 상생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상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인물이다.



한양대 명예교수로 한국전략경영학회, 중소기업학회, 인사조직학회 회장을 지낸 그는 학계 출신 원로답게 인터뷰 내내 역대 정부의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정책 실행에 대한 '쓴 소리'를 마지않았다. 특히 “(탄핵 정국 이후)'식물 정부'가 된 상황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지만 '민생 살리기'에는 여야(與野)가 따로 없다"며 “소비촉진, 부동산 활성화, 시장 금리 인하 등 '내수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9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실에서 약 1시간가량 진행했다. 다음은 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새해 전망이 밝지 않다. 현 상황에 대해 진단한다면

“만성적인 내수 부진이 제일 큰 문제다. 2%도 안 되는 성장률로는 해결이 안 된다. 그나마 내가 청장을 지내던 시절에는 '여대야소'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분위기가 나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식물 정부' 상태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제도를 바꾸면 예산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정부 주도의 법 개정은 굉장히 힘들고 예산을 배정받아 나누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뭐라고 보나

“내수 활성화, 자금 경색 문제 해결,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 진작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출 금리 인하도 빨리 해야 한다.




장자에 이런 고사가 나온다. 수레바퀴에 땅이 패여 생긴 웅덩이에 물고기 한 마리가 물 한 바가지만 달라고 한다. 그랬더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강에 가서 물을 끌어다 준다고 한다. 말이 되나. 중소기업·소상공인 다 죽고 나서 하면 어떡하나. 세 번째는 결국 여야가 협력해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대출 규제를 쉽게 풀지 못하는 이유는 '부동산 버블'을 우려해서 아닌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부동산 경기가 '올 스톱'이 됐는데, 부동산 경기가 빨리 살아나지 않으면 다른 것도 다 어렵다고 본다. 사람들이 이사를 많이 해야 새 살림도 장만하면서 소비가 늘어난다. 세제 혜택을 통한 소비 진작과 건설 경기 활성화가 내수 진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2.0' 시대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은 우리 경제에 양면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흔히 '차이나 블랙홀'이라고 하지 않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가 어둡다. 또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분쟁도 조기 종식되고 에너지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의 숨통도 좀 트이지 않을까 싶다."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미진하다는 평가도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통합위가 만들어져 대·중소상생특위위원장을 맡아 온갖 안을 내놨었다.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이 워낙 떨어지니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우리나라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결국 '양극화 문제'와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상생협력이 국가 전략과 국정 철학이 되어야 한다."


-'상생'이라는 말 자체는 좋지만, 일각에선 이를 '규제'라 본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민주주의는 평등을 지향한다.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서 완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주도로 산업화를 이뤘다. 그 결과 불균형이 심화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하면 게임을 하면할수록 스코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 제도와 관행이 중소기업에게 불리하게 돼 있고, 같은 규제라도 대기업이 느끼는 것과 중소기업이 느끼는 건 다르다.


대표적인 게 공정거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를 제값주고 사면 돈이 많이 들지만, 사람을 빼 가면 헐값으로 기술을 빼올 수 있다. 그래서 청장 때 징벌적배상제를 도입했는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여전하다. 기술 탈취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요즘은 플랫폼 수수료 문제로 갈등이 큰데, 최근 나온 합의안에 대해 입점업체는 여전히 불만이 많다. 시장경제원리와 상생을 조화시키기 위한 소통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운동장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많은데, 이들의 주요 시장이 대기업이다. 당연히 교섭력 불균형이 일어난다. 납품단가연동제가 도입됐다고 해도 대기업 자체의 적극적인 상생 의지가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중기부와 공정위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한다.


두 번째 대안은 투자 활성화인데, 정치권에서 기업을 옥죄는 온갖 규제를 만들어서 기업하기 정말 힘들어졌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주52시간제까지. 그러니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가면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노동시간을 줄이되, 연 단위 총량 규제만 하면 된다. 경직된 노동규제에 대해 중소기업계가 백날 말해야 뭐하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인걸.


'타다'를 규제해서 나온 결과가 뭔가. 카카오 독점이다. 과거 중국 마오쩌둥이 참새가 곡식을 다 쪼아 먹는다며 참새를 다 잡아 죽였다. 어떻게 됐나. 해충이 창궐해 흉작으로 수백만이 굶어죽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됐다'는 말이 있다. 좋은 뜻에서 하는 규제가 우리 경제를 지옥으로 보내는 건 아닌지 신중해야한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우리 중소·벤처 기업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가장 필요한 건 '기업가 정신'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다. 시대적으로 보면 어느 때에나 불확실성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불확실성 탓에 힘들고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 기업가들에겐 이게 기회다. 확실하면 도전할 필요도 없지 않나."


-우리나라 기업의 기업가정신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부족해서다. 미국은 기업가가 영웅이자, 롤모델이다. 이런 부정적 시각은 교육 탓이 크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의 사업 실패 비용이 너무 높다는 데 있다. 미국은 투자 중심의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융자나 보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실패비용을 낮추고 재기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미국 외에 우리가 배울 만한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사업실패에 대한 관용성이 높다. 우리보다 내수 시장이 훨씬 작다보니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 앞으로 나올 우리 스타트업들도 창업 단계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십 년 전에 비해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


-새해를 맞는 중소·벤처·소상공인에게 덕담 좀 해달라

“스페로, 스페라! 살아 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 조금 더 버텨라. 덕담이 될지 모르겠다.(웃음)"



■ Who's 한정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71세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대학교 경영학 석사·박사 졸업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제 13대 중소기업청장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국민통합위원회 경제계층분과 위원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현) △한양대학교 명예교수(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현) △㈜파크시스템스 사외이사(현)



정희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