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혼용률’ 허위 논란…패션업계, 품질관리 ‘뒷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09 16:48

‘제품 정보 오기재’ 무신사·이랜드, 뒷수습 분주

불신 확대 우려…업계, 사전사후 검수 절차 강화

“샘플 검사만으론 한계, 전수조사 보편화 필요”

이랜드월드의 후아유에서 판매한 '구스 다운 패딩'. 사진=이랜드월드

▲이랜드월드의 후아유에서 판매한 '구스 다운 패딩'. 사진=이랜드월드

새해 초부터 패션업계가 '가짜 패딩' 논란으로 시끄럽다.




일부 패션 플랫폼·대기업이 패딩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패션 업계 전체의 '품질관리'를 불신하는 등 '가짜 패딩'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일부 패션기업 및 플랫폼들은 부랴부랴 혼용률 허위광고 전수조사에 나섰고, 수거 테스트 및 다운 품질 검증을 벌이는 등 조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이랜드 산하 이랜드월드는 자체 브랜드 '후아유'에서 판매한 상품번호 WHJDE4V37U의 구스 다운 패딩 거위털 함량이 기준치에 미달하는 점이 확인돼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당초 거위털 80%, 오리털 20%로 기재한 것과 달리 충전재 검사 결과 거위털 30%, 오리털 70%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패딩 제품의 경우 '다운' 표기를 하려면 충전재의 솜털 함량이 75% 이상이어야 한다.


이랜드월드는 조동주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해외 현지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만을 신뢰하고 자체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원자재 수급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에 걸쳐 품질 검증을 강화하고 반복적인 검수 절차를 추가해 보다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회수된 후 전량 폐기될 예정이다.




최근 무신사도 인템포무드·라퍼지스토어 등 입점 브랜드의 패딩 제품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문제가 불거지면서 뒷수습에 분주하다. 특히, 라퍼지스토어에서 판매한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 솜털 충전재는 상품 정보상 80%에 현저히 못 미치는 3%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파장이 확산되면서 무신사는 혼용률 허위광고 전수조사와 함께 현재 다운·캐시미어 등 계절성 수요가 높은 상품을 집중 검수하고 있다. 여기에 3번 적발 시 해당 브랜드를 퇴출시키는 '삼진아웃'제도까지 꺼내들며 강경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고객 신뢰 측면에서 품질관리 문제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업계의 전반적 불신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품질검증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일부 패션 버티컬 플랫폼의 경우 입점사 대상으로 무작위 표본(샘플) 테스트를 진행하며 사전 대처에 나선 상황이다.


주요 대기업들도 고객 불안감 해소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전·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LF는 재료 수급부터 제품 출시까지 전 단계에 걸쳐 품질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다운 테스트 성적서 확인 외에도 사후 제품 수거 테스트를 통해 다운 품질 검증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고 회사는 전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모든 자체 제조 상품을 대상으로 복수의 외부 인증기관의 품질검사를 거쳐야 하는 원칙을 내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운 제품은 소재납품 단계뿐만 아니라 완제품의 조성 혼합률·우모 혼합률 검사도 진행해 불량 제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있다.


일각에선 일정 수량 검수하는 기존 샘플 검사 방식도 100% 품질 보증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사 대상·표본 규모·부적합 판단 기준을 적정하게 설정하기 어려운 탓에,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전수조사로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패션업체 한 관계자는 “작정하고 장난치는 판매자를 사전에 잡아내기 위해선 전수조사 이외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면서 “다만, 패션업계가 다양한 형태의 유통구조를 지닌 만큼 각 주체의 규모와 성향에 따라 실효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