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텔레콤·여유모바일 등 사업 철수
올해 전파사용료 등 재무부담은 늘어
인기 요금제 줄폐지…정책 지원 절실
이번주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 임박
도매대가 인하·제4이통 도입에 주목
알뜰폰 점유율 제한법도 국회서 계류
알뜰폰 업계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혜택을 축소하는 중소 업체가 늘고 있다. 올해 전파사용료 등 재무적 부담이 커지며 고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업계는 이번주 발표될 정부의 통신정책 방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세종텔레콤은 최근 아이즈비전에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알뜰폰 사업 부문에서 약 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여유모바일 역시 알뜰폰 사업에서 철수키로 했다. 이 회사는 현재 관련 사업부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은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최근 몇 년 간 수익성 악화로 사업 부문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인기 요금제를 폐지하거나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알뜰폰 비교 플랫폼 폰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프로모션 요금제 최저 가격은 3사 통신망 모두 2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보다 SKT망 31%, KT망 54%, LGU+망 64% 인상된 수치다. 프로모션 요금제는 알뜰폰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해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는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 알뜰폰 가입자의 통신 3사 이탈이 심화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의 이동 건수는 63만2119건으로 전년 대비 45.4% 증가했다.
향후 입지 확장과 수익성 창출이 더 어려워지면서 사업을 철수하는 업체가 많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부터 전파사용료,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의무화 비용 등 재무적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전파사용료는 주파수와 같은 전파자원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관리세로, 가입자당 비용이 부과되며 사업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통신 3사와 동일하게 분기별 약 2000원으로, 공용화율·환경친화계수·로밍계수·이용효율계수 등 일부 감면요소를 적용하면 회선당 약 1200원대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도 알뜰폰 업계엔 악재다. 통신 3사의 보조금 제약이 없어져 경쟁이 유발될 경우 자급제 수요가 위축되고, 가입자 이탈이 더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휴대전화를 교체할 예정인 알뜰폰 가입자의 48%가 “단통법 폐지로 통신 3사의 보조금이 많이 제공될 경우 통신 3사로 이동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3월부터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이 정부가 주도하는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전환됨에 따라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 3사와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통신 3사로부터 망을 빌리는 비용을 뜻하는데, 이것이 인상될 경우 업계 입장에선 더 낮은 가격의 요금제를 내놓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양 사업자 간 협상력 차이가 커 인하 여력이 제한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같은 업계의 애로사항을 반영해 통신 3사와 금융권 등 대기업 알뜰폰 계열사의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알뜰폰 점유율 제한법'이 최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이번주 발표 예정인 정부의 종합대책에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는 이유다.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비롯해 제4이동통신사 도입 관련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단통법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할 정책과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관련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정부는 교환망과 자체 서비스를 갖춘 풀MVNO(자체 설비 보유 알뜰폰) 활성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지원책으로는 '대역폭 과금제'가 거론돼 왔다. 통신 3사로부터 일정 용량 회선을 정액제로 대여하는 형식이다. 다만 현재 업계에서 풀MVNO 구축 여력이 있는 사업자가 없어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영세 알뜰폰 사업자들의 기술, 서비스를 높이는 방법 등 수익성(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스테이지엑스 지정 철회로 좌초됐던 제4이통 정책 연구반 논의 결과도 같은 날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는 제4이통 재추진 의지가 강하지만, 알뜰폰 육성 기조와는 거리가 있는 정책으로 분류된다. 실질적으론 알뜰폰과 똑같은 비즈니스를 하게 돼 경쟁자가 통신 3사가 아닌 알뜰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매대가 사후규제 속에서 시장 점유율 상한을 정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이미 통신 3사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로 가격 경쟁력도 크게 잃은 상황"이라며 “자칫 메기 효과가 발현되는 게 아닌 제4이통·알뜰폰 다 같이 죽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이 경우 이득을 보는 쪽은 통신 3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