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보험료 수십년 냈는데”...실손 1·2세대 ‘강제전환’ 날벼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13 16:10

당국 “1·2세대 실손 계약 재매입 적용”
필요 시 약관 변경 등 ‘법 개정’ 검토

소비자 “보험계약 근간 흔들어” 반발
인센티브 적용 방안에도 각종 목소리

붐비는 병원

▲금융당국이 1·2세대 실손보험을 해지하고 5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면 납입 보험료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사진은 내원객들로 붐비고 있는 병원의 모습.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개혁을 위해 가입자의 계약을 재매입할 것을 시사하는 등 1·2세대 실손보험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진행 방식과 타당성에 있어 보험계약자와 의료계 등을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이 나타나고 있어 이달 말 내놓을 최종안 방향에 이목이 모인다.





'1·2세대' 실손 수술대…타당성 두고 팽팽한 대립

13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9일 '실손의료보험 개혁방안'을 통해 5세대 실손보험의 윤곽을 발표하며 1·2세대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험계약 재매입은 보험사가 일정 금액을 가입자에게 지급하고 보험계약을 다시 사들여 해지하는 것을 뜻한다.


당국은 1·2세대 실손보험을 해지하고 5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면 납입 보험료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올 상반기 중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으로, 옛 실손보험 갈아타기 방안의 후속조치에 드라이브를 걸겠단 의도다.



문제는 필요 시 1·2세대 실손의 약관변경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현재까지는 정부가 계약자들이 재매입에 응할지 말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열어뒀지만, 사실상 효과적인 개편을 위해 약관 변경을 통한 이동도 불사하겠단 내용을 시사하자 반발이 점화되고 있다.


보험 소비자와 의료계는 법을 개정해 강제적으로 구실손 계약을 개정하는 건 보험계약 근간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처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가입 당시 약관을 내건 보험사와 이에 동의한 개인의 계약이 정부나 제3자에 의해 변경이 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한 1세대 실손보험 계약자는 “1·2세대 실손이 손해율과 적자를 키운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비급여 남용 등 혜택을 노리고 가입한 것은 아니다"며 “높은 보험료를 이제까지 감내하고서라도 다가오는 노령시기나 향후 나타날 각종 질병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험 소비자들은 정부 개입 시 노약자와 금융취약계층이 본인이 가입한 실손 계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낮은 상태에서 계약을 해지하게 되고, 이에 마땅히 누려야 할 보장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중증 비급여만 보장하는 등 보장성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새로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는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며 “정부가 나서서 보험사들이 유리하게 계약을 맺도록 설계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실손 가입자 절반 이동시켜야하는 정부…현실성 지적도

실손보험.

▲보험 소비자와 의료계는 법을 개정해 강제적으로 구실손 계약을 개정하는 건 보험계약 근간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처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당국은 비급여 남용 등 실손 재정 악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개선안이 장기적으로는 국민건강 증진과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에 기여할 것이란 입장으로, 이같은 당위성에 따라 개혁을 감행하겠단 방침이다. 이번에 내놓은 개혁안은 재가입 주기가 있는 3~4세대 실손보험까지 동일하게 적용되기에 당국의 개혁안 실효성은 전체 실손 계약의 44%를 차지하는 1·2세대의 갈아타기 결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보험료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며 개편에 찬성하는 입장인 한편 소비자단체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실손 개혁에 반발하는 등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달 말 최종안이 나오기까지 첨예한 대립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 적용 방안에도 논란이 적지 않다. 정부는 1·2세대 실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적용하려고 검토 중이지만 해약환급금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견해나 계약기간 받은 보험금 총액과 낸 보험료 총액의 차액만큼 인센티브로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각종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1·2세대 가입자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논란이 가열되며 반발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어 사실상 개혁안 적용에 현실성이 없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기존의 유리한 조건을 철회하고 실손을 전환하는 데 크게 공감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재매입이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부분 또한 현실적이지 않은 방법이라고 본다"며 “앞서 4세대 실손 전환도 정부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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