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송두리 기자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이 활발해진 것은 불과 2~3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2020년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한 데 이어 2022년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주담대를 출시할 때만 해도 비대면 주담대가 활성화될 수 있을 지에 의문을 가지는 분위기였다. 통상 주담대는 규모가 커 차주들이 자세한 상담을 받길 원하는 데다 서류 제출, 등기 절차 등 번거로운 과정이 많기 때문에 비대면 영업에 제약이 많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시중은행에서도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내놓곤 했지만 인기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라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찾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업점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이 부각됐고, 디지털 선호도가 커지면서 지금은 비대면 주담대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여신(42조9000억원) 중 29%를 주담대(12조5000억원)가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원행정처가 오는 31일부터 도입하는 '미래등기시스템'은 비담대 주담대를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래등기시스템은 주택 거래 과정의 복잡한 등기 절차를 모바일 앱을 통해 간소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는 것이다. 취지만 놓고 보면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는 현재에 부합하는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현장의 부동산 거래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등기시스템에서는 주택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소유권이전등기와 주담대를 제공하는 은행과 매수인 사이의 근저당설정등기 절차를 오프라인(대면) 또는 온라인(비대면)으로 일원화하도록 하고 있다. 보통 소유권이전등기는 법무사를 통해 대면으로, 근저당설정등기는 비대면으로 처리하는데 미래등기시스템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하려고 하면 모바일 앱을 통해 매도·매수자가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야 한다. 법무사에게 부탁하기만 됐던 등기 과정에 불편함이 생기는 데다, 등기 이전에 시차가 생기는 등 리스크가 있어 부동산 거래자들이 비대면보다는 대면 절차를 선호할 것이란 게 은행권 예상이다. 이 경우 근저당설정등기를 위해서도 은행 영업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비대면 주담대는 사실상 취급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은 비대면 주담대를 중단하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업계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비대면 주담대 취급이 어렵게 되면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어 걱정스러워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은행권은 미래등기시스템이 충분히 홍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기 과정을 디지털화하며 문제가 생기고 있는 만큼 충분한 계도기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원행정처와 은행연합회, 은행권은 16일 미래등기시스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가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의 목소리가 잘 전달돼, 본래 취지에 맞게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미래등기시스템이 현장의 혼란 없이 도입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