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1c D램’ 승부수 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20 06:05

신기술로 판도 변화 노리는 삼성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정면 승부
문제는 수율…업계 “검증은 어떻게”

삼성전자 서초사옥. 에너지경제DB.

▲삼성전자 서초사옥. 에너지경제DB.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4를 통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를 꾀한다. 현재 HBM 시장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HBM4를 통해 그간의 열세를 뒤집고 다시 한번 메모리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담대한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가 꺼내든 반전 카드의 핵심은 바로 '10나노급 6세대(1c) D램'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4에 5세대(1b) D램을 적용할 예정인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한 세대 앞선 1c D램을 HBM4에 탑재하는, 이른바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정면 승부에 나섰다.


1c D램, 수율 확보가 관건

19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삼성전자는 1c D램의 '굿다이'(Good Die, 정상 작동하는 반도체 칩)를 확보했다고 발표하며 기술 개발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1c D램 개발 현황은 여러모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웨이퍼(Wafer, 반도체 원판) 투입량 대비 수율(Yield, 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은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수율'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율이 낮다는 것은 곧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바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HBM과 같이 고가의 제품에서 낮은 수율은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웨이퍼 한 장에서 정상 칩이 적게 나올수록, 불량 칩 때문에 버려지는 원재료, 공정 비용, 시간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HBM 완제품의 원가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D램은 컴퓨팅용 제품을 먼저 개발한 뒤 모바일, HBM 등으로 적용을 확대하는 순서를 밟아야 안정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HBM에 1c D램을 우선 적용할 가능성이 커 이 또한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삼성전자가 HBM3E 양산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1c D램 수율도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HBM4 양산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HBM

▲이미지=ChatGPT

삼성 파운드리, 신뢰도 회복이 과제

더욱이 삼성전자는 최근 HBM4 로직다이를 어디에서 생산할 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업계의 추측이 무성하다.


로직다이는 HBM의 맨 밑에 위치하여 D램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간의 데이터 전송을 돕고 신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HBM4의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일각에서는 자체 4나노 공정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TSMC와의 협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TSMC와 협력한다면, 자체 4나노 공정이 아닌 TSMC의 공정에서 HBM4 로직다이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자체 4나노 공정에서 HBM4 로직다이를 생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는 곧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력과 수율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자사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의 생산마저도 TSMC에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러한 정황들은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자사 파운드리 경쟁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SK하이닉스, '안정성'에 방점…TSMC와 협력 강화

삼성전자의 전략은 HBM4에서 안정성에 중점을 둔 SK하이닉스의 행보와 대조된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로직다이를 TSMC의 3나노 공정을 이용해 생산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HBM4에서 안정적인 기술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SK하이닉스에 HBM4의 조기 공급을 요청한 바 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HBM4에 대한 수요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선택이 HBM 시장의 판도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HBM4 전략이 성공하려면 1c D램의 안정적인 양산, 즉 '수율 확보'와 더불어, 파운드리 공정의 신뢰성 회복까지 이뤄야하는 '이중고'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기술 초격차' 전략이 성공한다면 HBM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지만, 1c D램과 파운드리 신뢰성 문제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면 오히려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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